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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11. 2023

후쿠오카-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스물다섯의 봄,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장소는 일본의 후쿠오카로 정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일본은 내게 가장 정서적으로 부담이 적은 나라였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터라 문화에도 비교적 익숙했다. 


자연스럽게 일본어에도 관심이 생겨 일본어 자격증인 JLPT N2도 취득한 터라, 의사소통에도 자신이 있었다. 독학으로 익힌 일본어가 과연 현지에서 통할지 궁금했다. 또한 도쿄와 오사카는 방문 경험이 있어 다른 지역을 가 보고 싶었는데, 마침 후쿠오카 항공편이 가장 저렴했다. 그렇게 20만 원 선에서 왕복 항공편을 예약할 수 있었다.


숙소의 경우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커튼이 달린 2층 침대가 여러 개 놓여 있고, 한쪽엔 냉장고와 싱크대 및 전자레인지 등이 구비되어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이 따로 2개씩 분리되어 있는 구조였다. 가격도 1박에 4만 원 정도로 저렴해서 부담이 없었다. 에어비앤비로 1인용 숙소를 예약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혼자 다니는 만큼 차라리 사람들이 많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출발 날짜가 다가왔고, 24인치 캐리어 하나와 배낭 하나를 메고 인천공항 직항 버스에 몸을 싣었다. 마지막으로 갔던 해외여행이 2019년이었으니, 4년 만에 온 국제선 탑승장이었다. 제주항공을 이용했는데, 한국인과 일본인 외에도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2시간 정도 걸려 후쿠오카 공항에 내릴 수 있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위탁수하물을 찾아 나오려는데, 직원이 비글 한 마리를 데리고 "실례합니다~! 검역 탐지하겠습니다~!" 라며 다가왔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농축산물 등은 일본에 반입이 금지되어 있기에, 그것을 탐지하는 중이었다. 비글은 '검역'이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있어 정말 귀여웠다. 내 캐리어에 코를 묻고 연신 킁킁거리더니 곧 옆 승객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검역탐지견을 가까이서 본 것도, 내 가방을 탐지견이 검사하는 것도 처음이라 신기했다. 옆에선 탐지견이 반응한 가방들을 열어 한국에서 가져온 과일이나 김밥 등을 꺼내는 장면이 펼쳐졌다. 곧잘 임무를 수행하는 탐지견이 기특했다.


입국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공항의 풍경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예상보다 아담하다!'라는 것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 있었던 인천공항과 비교되어 더욱 조그마한 느낌이었다. 표지판이나 공중전화, 편의점 매대에 쓰여 있는 일본어를 보니 비로소 일본에 왔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조그만 생수와 시큼한 매실이 들어 있는 삼각김밥 하나를 편의점에서 구입해 허기를 달래고, 공항 국제선과 국내선을 왕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 청사로 이동했다. 후쿠오카 시영 지하철 '쿠코센'의 종점이 바로 이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청사와 연결되어 있어서, 일단 국내선 청사로 향하는 것이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데에 압도적으로 편리하다.


숙소 근처인 '나카스카와바타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후, 또 10분 정도를 걸은 후에야 4일간 묵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서 출발한 지 6시간 30분 만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일본 한복판에서 혼자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나 자신이 위축될까 봐 걱정되었는데, 막상 출발하고 나니 나 자신이 편안하고 담담하게 상황을 마주하고 또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 생각보다 나는 더 강한 사람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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