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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04. 2023

강릉 여행 5-후투티를 만났다

이 날은 하루 종일 안개비가 내렸다.

'오늘은 최대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점심을 먹고 우산을 챙겨 나오며 생각했다.


가려고 정해뒀던 곳들 중 아르떼뮤지엄이 눈에 띄었다. 버스로는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위치였고, 바로 옆에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과 경포호수가 있어 겸사겸사 공원 산책도 할 요량으로 아르떼뮤지엄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5분쯤 걸었을까, 광활한 주차장과 주차된 차들이 보였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차를 타고 온 것처럼 보일 정도로 걷고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거북이 등딱지 같은 배낭을 멘 뚜벅이 여행자라는 내 처지가 재밌게 느껴졌다. 주차장 앞엔 오렌지색 건물이 우뚝 세워져 있었는데, 그게 바로 아르떼 뮤지엄이었다.


1시간 정도 관람을 하고 나와서, 경포호수광장 쪽으로 걷고 있을 때였다.

낯선 새소리가 근처 나무에서 들려왔다. 까치인가, 참새인가, 아니면 비둘기인가 궁금해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평소엔 보지 못했던 뾰족한 주황색 머리와 얼룩말 같은 무늬의 몸통이 보였다.


후투티였다!


5~6마리의 후투티들이 지저귀며 나무 한 그루 근처를 날고 있었다. 앉을자리를 가지고 싸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무리에서 한 마리가 떨어져 나와 옆 나무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급하게 카메라를 들었다.






계속 비가 오고 있어서, 부리로 깃털을 고르며 단장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동식물을 좋아하는 나는 산책하며 땅이나 하늘, 나무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는데, 그 습관 덕분에 후투티를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 휴대폰을 보면서 걷거나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지나갔다면 놓쳤을 풍경이다.


일상적인 행위도 여행 중에는 낭만이 되기 마련이다. 여행 중에는 최대한 주위를 느끼면서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 중에 비가 와서 아쉬웠는데, 작은 새 한 마리 덕분에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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