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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01. 2023

강릉 여행 4-혼자 시장을 구경했다

    여행 성향이 어떠한가에 따라 여행 일정과 성격은 천차만별이다. 이번에는 제일 친한 친구 중 하나인 '옹'과 강릉을 방문했는데, 옹은 관광보단 휴식을 우선시하는 성향이었고 나는 휴식보단 관광을 하고 싶어 했다. 내내 피곤해하던 친구는 결국 서울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20시 30분이었던 기차표를 15시 39분으로 바꿔 먼저 떠났다. 같이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녀에겐 무리한 일정이었나 보다.


    친구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나는 기차 시간을 16시 40분으로 변경했다. 3박 4일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 조금 피곤하기도 했고, 친구 없이 혼자 있으려니 외로운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역사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마지막 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던 나는 지체 없이 강릉 중앙시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었다. 시장이야말로 지역의 특색을 가장 드러내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시장은 강릉역에서 도보로 20분, 버스로는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정류장에서 내려 걷기를 5분, 시장 입구에 다다르면서부터 인파에 놀랐다. 역시 명절에는 시장이 더 붐비는구나. 정겨움과 왁자지껄함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들어서자마자 오징어순대, 닭강정, 김치삼겹말이, 튀김가게들이 유혹의 냄새를 풍겼다. 


    제일 줄이 긴 곳은 단연 '배니닭강정'이었다. 속초 시장에 갔을 때엔 만석닭강정에 줄이 그렇게 길더니, 강릉 중앙시장의 핫플은 배니닭강정인 모양이었다. 점포만 2~3개, 줄을 서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다. 한 마리 포장할까 싶다가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중앙닭강정'이 눈에 들어왔다. 배니닭강정은 박스 단위로만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여긴 컵강정을 팔고 있었다. 줄도 짧았다. 가격은 5,000원. 기차에 타기 전에 간단히 먹기 딱 좋다는 생각에 컵강정을 하나 주문했다.


    컵이 넘칠 정도로 푸짐하게 담아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특히 토핑으로 올라간 땅콩과 고추가 고소함과 매콤함을 더해주면서 맛을 더했다. 양념은 매운맛보단 단맛이 강했는데, 딱 먹기 좋을 정도였다. 


    건어물이나 오징어순대를 포장해 집으로 가져갈까 잠깐 고민했는데, 이미 가방이 포화상태였기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정확히는 어깨의 여유가 없었다... 무거운 백팩을 메고 그냥 직진했다. 


    전날 시장 근처 군것질거리를 찾아보다 '중화짬뽕빵'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빵 안에 매콤한 볶음짬뽕이나 크림짬뽕, 매콤잡채등을 넣어서 구운 것이라는데 무엇보다 비주얼이 맛있어 보였고 맛있다는 후기도 굉장히 많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먹어보고 싶어서 제일 기본 메뉴인 불짬뽕빵을 하나 주문했다. 가격은 4,500원으로 무난한 편이었다.


    짬뽕빵을 사고 나니 기차 시간이 30분쯤 남았다는 알람이 울렸다. 강릉은 생각보다 버스 배차 간격이 길었는데 이 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장 빨리 도착하는 버스를 탄다고 가정하니 늦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자니 돈이 아까웠고, 도보로 계산해 보니 강릉역까지 20분 정도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가 뜨거웠지만 그렇게 더운 날은 아니었고, 손에는 따끈한 빵이 들려 있었기에 역까지는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짬뽕빵은 달달한 겉반죽과 매콤하게 불맛이 나는 짬뽕 속이 조화로워서 맛있었다. 매운 걸 못 먹는 편이라 다 먹어갈 때 즈음에는 콧물이 나서 조금 힘들었지만, 충분히 사 먹을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기차 탑승 시간에 거의 맞추어 역에 도착했고, 무사히 기차에 탑승해 집까지 돌아왔다. 


    친구가 나를 두고 먼저 가서 아쉽기도 했지만, 혼자 강릉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재밌는 시장 구경도 하고 간식도 사 먹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뿌듯했다. 오히려 피곤해하는 친구를 데리고 시장에 갔으면 서로 마음이 쓰여서 불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둘이 여행을 가게 된다면 친구는 숙소에서 쉬고, 나는 혼자 관광을 하고 돌아오는 날을 하루이틀 정도는 만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추석 연휴의 강릉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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