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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14. 2023

전주-엄마가 넘어졌다

3박 4일 전주 여행. 엄마는 1박 2일만 같이 보내고 먼저 집으로 돌아가시기로 하고 같이 기차를 탔다.

1시간 30분 남짓을 달려 전주역에 도착했다. 승강장에서 내려 대합실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엄마가 마지막 계단에서 갑자기 없어졌다.

왼쪽 발목이 완전히 꺾여 넘어지신 것이다.

엄마는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괜찮냐고 물어보실 정도였다. 겨우 부축해 엄마를 일으키고 역 밖으로 나왔다.


엄마가 그렇게 찡그리면서 아파하는 건 처음 봤다.

너무 놀랐다.

바로 근처 정형외과로 가야겠다 생각해 택시 정류장에 줄을 서자고 했다.

엄마는 자꾸만 괜찮다고 했다. 절뚝거리는 발로 잘도 걸을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다.

엄마가 병원에 가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 병원에 가자고 내 핑계를 댔다.

그래도 싫단다.


결국은 엄마가 화를 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안다면서 못 걸을 정도면 알아서 얘기를 할 텐데 왜 강요하냐고 짜증을 냈다.

진심이 아니었을 텐데, 엄마는 화를 냈다.

더 신경질 부리기 전에 빨리 다음 목적지로 가기나 하자고 고집을 부렸다. 나도 화가 나서 그럼 그러라고 해 버렸다.

더 고집을 부려서 병원에 모셔갈 걸 그랬다.


지금 엄마는 편의점에서 산 파스를 붙이고 내 옆에서 잠들어 있다.

24시간 약국을 가자고 해도 싫단다. 기어이 근처 편의점에서 파스를 샀다.


너무 걱정된다.

막상 남동생한테 전화가 오니까(내가 시켰다) 눈가를 훔치면서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까 봐 병원에는 안 갔다'라고 했다.

이럴 땐 엄마가 자기를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


속상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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