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건이든, 오래 사용할수록 추억이 쌓이면 애착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방 한켠에 보관하며 쉬이 버리지 못하게 되죠. 저 같은 경우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은 쓰지 않아야 쓰레기통에 넣을 용기가 생깁니다. 물론 아끼는 물건에 한해서요. 그러다 보니 대청소를 하는 날이면 서랍 속, 옷장 속 물품들을 하나하나 꺼내 추억에 빠져들기 십상입니다.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어느 날 집에서 할일을 찾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제 물건들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것엔 마음이 여려도 정리에서만큼은 아주 단호한 엄마가 버리라고 몇 번을 말했던 것들이었어요. 눈에 보인 김에 한번에 정리해 버리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처분하려니 물건 각각에 담긴 사연과 기억들이 더욱 생생해지더군요. 결국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남기고 나서야 버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 중 가장 정이 든 것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카드지갑입니다. '하비풀'이라는 취미 탐색 사이트에서 구매한 'DIY 가죽 카드지갑 키트'를 가지고 영상으로 수업을 들으며 제작한 것인데, 간단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그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가죽에 구멍을 뚫는 펀칭기를 처음 사용하며 구멍을 어긋나게 뚫기도 해 박음질이 비뚤어지게 완성되었지만, 직접 만들며 들인 시간과 정성만큼 애정이 깊게 깃든 물건이 되었어요.
시간이 지나며 이곳저곳 긁혀 스크래치도 생기도 손때를 타며 색도 조금씩 변했지만, 저에겐 여전히 단 하나뿐인 소중한 지갑입니다. 가죽제품은 이렇게 사용하며 마모되고 부드러워지면서 더 멋있어진다고 하던데, 몇년 후엔 얼마나 중후한 매력을 뽐낼지 기대가 됩니다.
가끔은 물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며 유난이라는 소릴 들어도, 저는 가진 물건에 정을 붙이고 추억을 만들 줄 아는 제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