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천사맘 Apr 25. 2023

소방관이 되는 첫 관문

기본교육

예비 소방관이 거쳐야 할 첫 관문은 광주소방학교에서 기본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훈련에 필요한 장비를 캐리어에 가득 담고 제주에서 광주로 비행기를 타고 갔다. 제주공항에서 비행기가 뜨면 30분 뒤 착륙하는 가까운 거리였다. 하지만 광주는 안개가 많이 끼어서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월요일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광주에 가야 하는데 안개가 껴서 비행기가 지연되면 제주에서 교육을 받는 나와 교육생들은 애타게 공항에서 대기했다가 1시간에서 2시간 늦게 교육을 받으러 간 적도 있었다. 3개월간 제주에서 광주를 오가며 교육을 받았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광주소방학교 생활관에서 기숙했고 주말이 되면 제주에 내려왔다가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가며 수업을 들었다. 80명의 예비 소방관들이 모여서 수업을 들었다. 광주 지역에 사는 교육생은 집에서 소방학교를 오가며 수업을 들었고 전북, 전남, 제주 지역에 교육생들은 주 5일 기숙 생활을 하며 수업을 받았다.


새벽 6시가 되면 기상 벨이 울리고 부랴부랴 운동복을 갈아입고 눈을 비비며 운동장에 모였다. 구령대 앞에서 조교가 기다리고 있었다. 찬 공기를 맞으며 3바퀴 달리고 난 뒤 먹는 아침밥은 꿀맛이었다. 아침밥을 먹고 8시 30분까지 훈련복을 입고 기숙사 앞에 모였다. 교육할 장소로 행군을 한다. 구호에 맞춰 군인들이 행군하듯이 훈련받을 곳으로 이동했다. 교육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줄을 맞추어 섰고 긴장된 얼굴로 교관을 기다렸다. 180센티의 큰 키, 덩치가 큰 교관 세 명이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훈련을 맡은 교관입니다. 팔 벌려 뛰기 준비합니다. 30회 실시. 몇 회라고요?”

“삼십 회!”

“소리가 작습니다. 40회 실시. 마지막 구호는 생략합니다. 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 ” 목소리 구령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땀은 이마를 타고 흘렀고 삼십 회를 넘어갔다.

나는 틀릴까 봐 삼십 회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 심장은 두근두근 터질 것 같았고 나는 집중해서 “삼십팔, 삼십구.”라고 외쳤고 내 옆 교육생이 큰 소리로 “ 사십!”이라고 외쳐버렸다.

“정신 안 차리나. 교육생. 50회. 몇 회? 실시.”

“하나, 둘, 셋.”

팔 벌려 뛰기, 쪼그려 뛰기, 축구 골대까지 뛰어오기를 반복하면 다들 혼이 쏙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체력훈련이 끝나면 조를 나누어서 현장훈련과 이론 교육을 나누어서 들었다. 오전에 화재, 구조, 구급 이론 교육을 들으면 오후에는 현장에 필요한 훈련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응용 체력이었다. 방화복을 입고 등에 공기호흡기를 매고 고글처럼 생긴 면체를 쓰고 양손에 수관을 잡고 50m를 달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공기호흡기와 면체를 쓰면 기본 무게가 28㎏부터 시작되었다. 다음 코스를 가면 갈수록 팔과 다리에 힘이 빠졌다. 무거운 물통 20㎏을 양손에 들고 50m를 이동하면 망치질을 했다. 30회 망치를 들고 내리치고 나면 손에 진동이 오래도록 남았고 덜덜 떨렸다. 몸을 돌려 저 멀리 바닥에 누워있는 애니가 얼른 오라고 손짓했다. 사람처럼 생긴 애니의 무게는 70㎏이었다. 성인의 무게를 들고 화재 현장을 나올 수 있어야 체력이 필요했다. 애니의 가슴에 손으로 집어넣고 안아서 앞으로 걸어갔다. 등에 공기호흡기에 무게와 애니의 무게가 합쳐져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면체 안에 내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사다리를 펼쳐야 했다. 사다리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면 위로 사다리를 전개할 수 있다. 딸칵 소리가 날 때까지 펼쳤다. 3층 정도 높이까지 닿도록 펼치면 되었다. 사다리 전개를 하고 나서 제자리로 사다리를 접고 나서 마지막 코스를 향해 갔다. 훈련 탑 3층까지 걸어 올라가서 1층 줄에 묶인 수관 2개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리고 나면 팔과 다리에 힘이 빠졌다. 계단을 올라갈 때 내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체력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끝이 보일 거야 힘내자. 온몸이 무겁고 앞도 뿌옇게 보였다. 마지막 5층에 종을 치기 위해 올라갔다. 함께 교육을 받는 교육생들이 응원해 주었다. “힘내요. 누나. 거의 다 왔어요.”


“땡땡땡.” 종을 칠 때 짜릿했다. 종을 치고 난 뒤 파란 매트가 깔린 곳에 맥없이 쓰러졌다. 면체를 벗으니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응용 체력은 강도가 높은 훈련이었다.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고 사고가 생겼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 집중력이 필요했다. 함께 교육을 받았던 여자 교육생들은 응용 체력 때 울음을 터트리며 힘들어했다. 애니도 무겁고 마지막 훈련 탑에서 힘이 빠져서 체력의 한계를 느껴야 했기 때문이었다. 교육생 모두가 응용 체력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배고프다.’ 고된 훈련을 받고 몸은 힘들었지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힘들었던 오전 훈련을 마치고 점심을 먹을 러 갈 때 교육생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광주 소방학교의 점심 식사는 일반직도 교육을 받으러 오기 때문에 다양한 반찬과 국이 나왔다. 양도 많았고 꿀맛이었다. 점심을 먹고 한 시간을 쉬고서 오후 일정을 준비했다. 과목은 화재진압, 구조, 구급을 배웠다.


구급 교육은 구급대원으로 필요한 구급 장비를 사용하는 방식을 배웠다. 예를 들어 산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고 상황을 만들어 3인 1조로 교육생들과 임무를 나누어 들것, 구급 장비, 응급처치하면서 이송하며 서로 부족한 부분들을 평가도 했다. 임무에 맞게 처치하는 것도 필요하고 임기응변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고 팀원의 단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공기호흡기 : 화재 현장에서 압축공기를 이용해 호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호흡 장비

#수관 : 물이 나오는 호스

#면체 : 화재발생시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돕는 호흡 보조장비로, 마스크처럼 얼굴에 밀착시켜 착용하는 것

작가의 이전글 끝까지 최선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