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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 Jan 05. 2023

ep.2 어른 말고 '진짜 어른' 되고 싶어요

<헤헤우소>



“원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이 있는데, 그렇게 되려면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꿈은 너무 크고 내 현실은 작게 느껴져요.”

“송이가 생각하는 어른은 뭐야?”

“선택한 삶을 책임지거나, 그만한 책임감을 가져서 본인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휘둘리지 않는 사람. 넓은 마음으로 본인과 타인 모두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볼 때 진짜 어른 같다고 생각해요.”



 고민 말해 줘서 고마워. 털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같은 이유로 지금 막 ‘고민 갈취범’ 소리 듣고 자괴감에 빠져있던 참이었어. 너 없었다면 내 근심만 한 트럭일 뻔했다. 아니, 그런데 어쩌면 너는 고민도 딱 ‘송이 고민’ 같니. 글에 이름 적혀 있는 것 같다.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면서, 상당히 경험적인 고민이네. 나는 이런 주제가 어려워. 세상에 ‘진짜 어른’은 몇 없다고 결론 내렸거든. 그간의 알량한 경험에 의하면 그래. 어른스러운 척하는 사람은 많았어도 본받고 싶은 사람은 드물더라.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여유롭다’였어. 여유는 지갑과 아량과 이해력이 고루 갖춰져야 나오는 듯해. 남의 실수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 있지. 보면 얼추 맞더라고.

 아량과 이해력이 빈곤하면 역지사지를 못해. 이해 없는 용서는 좀스러운 행동을 낳고, 용서 없이 이해만 하려 하면 야박해져. 역지사지는 상대방을 위해 ‘내가 당신일 때’를 기꺼이 상상해 주는 거잖아. 본인과 타인을 위하는 귀한 인품이지.


 여유가 있어야 용서도 흔쾌할 수 있는 것 같아. 센스 있는 사람들 보면 답례를 마냥 거절하지 않아. 그렇게 해야 마음 편하려나 이해해 주는 거지. 아, 물질적 성의 표현이 꼭 필요하다는 뜻 절대 아니다. 그런 관용이 필요하다는 거지.


 재력이 필요한 이유는, 너도 잘 알겠지만 예상 못한 변수가 생겨도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야. 우리 사는 세상은 미덕(美德)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이 많으니까. 넘칠 필요는 없어도 충분한 정도는 필수가 돼.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여력.

 그래야 너의 '책임감'을 지킬 수 있지. 책임감은 선택의 대가 같은 게 아니라, 너에게 닥칠 무수한 경우의 수(의도한 일이 아니어도)를 외면하거나 피하지 않는 거야.








 내가 생각하는 어른과 송이가 '되고 싶은 어른'의 결이 비슷해 보인다면, 그러면 너 옳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거야. 적다 보니 계속 너를 생각하게 됐거든. 송이를 표현하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

 혹시 ‘내일의 나는 반드시 오늘의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야만 해’ 같은 강박을 안고 있다면 품에서 버리도록 해. 아무리 옳은 길이라도 적정 속도가 있는 법이야.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면, 그 길목에서 너를 열렬히 응원하기 위해 기다리는 소중한 사람들을 알아볼 수 없어. 사는 게 바빠 지나치게 돼.



 이제는 반박자 느린 템포로 주변을 살피며 걸어 보자. 크고 원대해 보이는 꿈 상자에 송이를 신뢰하는 마음만 차곡차곡 쌓아 가득 채워 보자. 단단하게 쌓아야 무너지지 않고, 조급하지 않아야 결함이 보여.


 부디 선행을 선행하지 말고, 노력을 위한 노력 때문에 지치지 않았으면 해. 네가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딱 하나야. 너에게 여유를 베푸는 거. 다른 애들 예뻐하는 넓은 마음 떼어다가 송이 좀 더 예뻐해 줘. 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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