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님의 ‘기획의 정석’이라는 책을 읽었다. 최근 기획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기획의 기초를 공부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의 마지막 구절에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인생은 처음부터 나에게 주연의 자리를 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대타의 역할을 맡기기도 하는데,
그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절대적인 내공이 쌓여 있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심리상담센터에서, 나의 기질에 관한 TCI 검사를 진행했는데 나는 기질적으로 ‘환경에 대한 불만’보다 ‘나 자신’에 대한 불만을 더 많이 하는 사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이 사회의 주연이 아니라 조연쯤이라는 것을 문득 문득 깨달을 때 마다, 나 자신을 자책하고 더 채찍질하였다.
그런데 이 구절을 통해, 주연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주어지는게 아닌,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떤 이에게 주연의 자리는 처음부터 주어질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겐 주연이란 자리가 아주 늦게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인생의 주연이 아닌게 아니라, 아직 아닐 뿐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회사에서 주니어 때는 핵심부서에 배치 받지 못한 것이 원통했다. 그러나 윗 사람에게 잘 보여 핵심부서로 이동하려 하기 보단 그저 내가 주어진 직무와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이직을 알아보았던 요 근래엔, 처음부터 멋진 타이틀을 가진 회사나 직무를 택하지 않았던 것이 원통했다. 저 사람은 어쩌다 저 회사에 가게된거지? 라는 질투를 하기도 했다. 처음엔 나를 부풀려 경력 기술서를 써보기도 했지만, 어쩐지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은 내가 가진 것과 강점에 좀 더 집중해보았고,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해 현재의 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한 지 8년차가 다 되어가는 요즘, 좋은 결과들을 많이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주니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처음부터 주연의 자리를 맡을 수 없다고. 그러니 그저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만 역량을 쌓다보면, 늦게라도 반드시 주연의 자리를 맡게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주연의 자리를 맡은 사람을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