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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Jun 26. 2024

밑줄 긋고 싶어요, 종이 신문에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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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엿보는 것은 내 취미다.


꾸민듯 안꾸민듯

너무 격식을 차리지 않았지만

적당히 무게감이 있는

세미 정장 바지에

느슨하게 풀어헤친 셔츠블라우스

한 손에는 커피

빠르고 잰걸음이지만 상체는 곧게 편

할 일이 다급하다는 듯한 진중하고 시니컬한 표정.


'인턴'의 그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그녀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터.

그녀의 직장생활이 궁금하다.


8시 뉴스진행자 이재은.

엠비씨 뉴스데스크 메인 아나운서는 어떤 생활을 할까. 커리어우먼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매력적인 직업이다. 뉴스를 준비하고 메이컵하고 생방송을 진행할 거라는 뻔한 것 말고, 생활 사이사이 숨겨진 이면이 궁금했다.


빠져드는 면이 있었다.

신문을 읽는 영상이 신선했다.

자신에게 할당된 종이 신문을 챙겨, 파란색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 영상이 있었다.  반해버렸다.



밑줄을 친다.


그것은 나의 심쿵 포인트인데, 남이 하든 내가 하든 여하튼 제일 좋아하는 행위다. 그걸 앵커가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읽어내려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홀릭이었다.



유튜브 jann 이재은 아나운서 계정에서 캡쳐함. 오늘자 신문을 파란색 색연필로 매일 밑줄 그으며 읽는 그녀. 저 손의 감각이 내게 스며드는 듯하다.


나도 따라해야겠다.

일단 종이 신문을 찾아야한다. 어딜 가면 종이 신문이 있던가. 기차역 편의점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역까지는 접근성이 떨어졌다. 우리 동네 편의점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거 없어요' 라고 했다. 나참. 그런거라니. 그런거 찾는 내가 참 유별나다는 식의 말투를 느꼈다. 진짜 나만 찾는걸까. 어쨌거나 없었다. 종이 신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제 길을 하나 뿐.

구독이었다.


매일경제 홈페이지에서 캡쳐. 1개월 구독료 2만원. <책 한 권 값+커피 한 잔> 값이면 한달 내도록 신문을 받을 수 있다.




망설여졌다.

구독의 안 좋은 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쌓인다.
매일 읽을 것인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연휴에 한 번 사봤는데
안 읽게 되더라.



도서관에서 답을 찾았다.

동네 도서관이 5분 거리라 산책 겸 좋다.
산책도 하고 신문도 보고 잡지도 보고 신간 책도 보고 온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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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물실 테이블을 보았는가.

안 봤으면 당장 가보길 바란다. 요즘 도서관은 리모델링을 많이해서, 예전에 당신이 갔었던 그 퀘퀘한 도서관을 기억 뿐이러면 진짜 안타까울 정도이니. 웬만하면 카페 버금가도록 꾸민 도서관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되면, 이걸 왜 이제 알았냐고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우리동네 도서관 사진을 촬영하지 못해, 국립중앙도서관 간행물실 사진을 퍼왔다. 이 사진의 1/3을 재현하고 있다. 우리동네도서관은. 도서관을 가본지 오래되었다면 꼭 가보시길.

앉아서 메모할 수 있는 테이블에 놀랐다. 신문은 서서 넘겨 보고 와야하는 줄 알았다.  보고 싶은 신문을 골라(신문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리에 앉으면 천국이다. 그 테이블은 간행물 보는 사람들을 위해 비워둬야해서 거의 비어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좋다. 게다가 잡지는 덤이다. 많고 많은 잡지가 날 보세요하고 꽃혀서는 나를 유혹한다. 씨네21, 고등독서평설. 행복한집이야기 등. 잡지만 표지만 한 장 넘겨도 영감이 두두둑 떨어지는 나는 잡지 영감파다.


이재은 아나운서 뉴스 메모 장면 그녀의 유튜브에서 캡쳐함. 밑줄 긋고 끝이 아니라,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저렇게 포스트잇에 적고 종이에 적어 분류하는 그녀. 러브잇❤️


매일 도서관으로 

가고 싶은 핑계가 생겼다.

신문 보러.


도서관의 신문에다가 저렇게 밑줄은 못 긋는다. 그래도 종이 신문을 후루룩 펼쳐서 냄새를 맡으며 손에 잡으면서 손가락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는 순간을 사랑한다. 도서관에서 날짜 얼마 안 지난 신문, 일주일에 한 부만 꼬박꼬박 내게 주면 얼마나 좋을까. 밑줄 박박 그으며 열심히 보고 글을 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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