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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정 Oct 16. 2023

다시 행복해지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분명했던 목표가 흐릿해졌다.

더듬이가 잘린 곤충처럼 나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듯 했다.

해야할 일 외에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지친 심신으로 못했다는 표현도 조금 맞다.


나를 한심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분명 하고자 하는 것도 많고 벌려놓은 일도 많으면서 무엇하나 손대지 못하고 있는 꼴이 우습지도 않게 느껴졌다. 나를 연민하고 싶지 않았다. 연민하는 이유들이 모두 핑계처럼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도 잃어가는 듯했다.


'올해초의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었더라.......'


휴대폰 앨범을 열어 올해초에 세웠던 목표들을 둘러봤다. 다섯 개 중 네 개는 내가 올해 들어 포기한 것과 연관이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나머지 한 개 목표가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50권 독서하기』

다른 어떤 목표보다도 간결한 목표였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목표기도 했다.

나는 이 목표만큼은 달성하자며 내가 올해 읽은 책이 몇 권인지 세어보았다. 여러 장르를 합해 총 10권 정도였다. 40권이면 이틀에 한 번 꼴로 책을 읽어야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알았지만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답답한 앞길에 조그마한 불빛이라도 책속에서 찾을수 있다면, 내 휴식시간을 독서에 모두 할애해도 좋았다.

가벼운 위로 에세이, 인문학 도서, 그리고 승려가 쓴 에세이를 차례로 읽었다.

나는 무신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승려가 불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가 가장 와닿아 위로가 되었다.


저자는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때면, 주먹을 꽉 쥐었다가 푼다고 한다.

자신의 욕심을 놓아주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자는 의미란다.


나에게 필요한 자세였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욕심만 가지고, 그 욕심은 놓지 못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되겠지하는 막연함과 무의식중에 알고 있었던 진실(결국은 내 의지로 변화를 일으켜야한다는 것)이 뒤섞여 스스로를 고통받게 하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욕심을 놓아보기로 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든 아니든, 현재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잘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조금 씁쓸해지면서도 올바른 자세를 되찾았다는 사실이 약간 기쁘기도 했다.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성취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지금 서투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완벽하거나 빠르게 성장하려고 하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성공보다 성장에 집중할 때라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


이를테면 인스타그램 좋아요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그런 것이다.

그림을 성공적으로 잘 그려서 많은 좋아요를 얻는 것보다, 내가 내킬 때 그림을 그리고 맘편히 업로드 하는 것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는 방법이다.


성장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차근차근 이루어진다.

조급해지지 말자.

남의 성장 속도를 나에게 대입하지 말자.

나에게만 집중하자.




덧붙여


내가 지금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 나의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릴 정도로 대단한 일인지 생각해보고,

좋은 기분만 평생 갈 수 없듯 나쁜 기분도 그러하다는 것을 유념하자.

결국 내가 다시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나를 너무 정의하려고 하기보다는 유동적인 자세로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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