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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Jun 19. 2023

모든 것에 적용되는 복리의 법칙

나는 오늘을, 너는 내일을 -엄마의 스무여섯 번째 편지


복리: 이자 계산 방법의 하나로 일정기간 이자를 축적하여 원금에 가산시킨 후 이것을 새로운 원금으로 계산하는 방법



이 복리라는 개념을 일찍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부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지? 깨닫는데서 그치지 않고 평생을 복리를 실현하는 삶을 산 그 유명한 워런 버핏이 지금 가장 후회하는 단 한 가지는 더 일찍 주식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미 11살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4살이나 7살에 했더라면 하는 것, 그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을, 복리가 얼마나 굉장한 것인가를 전 생을 거쳐 체득한 이의 투정쯤으로 받아들이기엔 그 효과가 실로 엄청나더구나. 한 때 세계 1, 2위의 부자를 다투던 이 90대의 노인은 자신의 전 재산의 90%를 65세가 넘은 시점에 이루었다고 해. 알겠니? 투자를 시작하고 무려 50년이 지난 시점이다. 전 세계 80억 명의 사람들 중 가장 부자였던 사람이 그 부를 이룬 결정적 원인을 복리라고 밝혔고, 그가 말한 대로 몇 년 더 일찍 투자를 시작했다면 확고부동한 1위의 자리를 지금껏 지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복리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런 추측이 맞을지도.


누군가 너에게 한 달, 그러니까 30일 동안 첫날 100원부터 시작해서 이튿날부터 그 두 배씩을 30일 동안 받을래, 한 번에 10억을 받을래, 묻는다면 너는 어떤 선택을 하겠니? 그러니까 전자는 첫날에 100원, 이틀 째 200원, 사흘 째 400원, 나흘 째 800원, 1600원, 3200원, 6400원 이런 식으로 30일을 받는 것이고 후자는 일시에 10억을 받는 거야. 어때? 99.9%의 사람은 후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아무리 복리가 대단하다고 해도 겨우 30일 만에 어떻게 10억이란 큰 숫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싶지? 그러나 전자의 결과는 30일째에 536억!이다. 정확히 말하면 53,687,091,200원. 만약 31일로 치면 31일엔 1000억이 넘어. 엄마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계산을 직접 해보니 진짜 그렇더라고. 15일까지 계산을 했는데도 160만 원인데 이게 될까, 싶고 18일이 되니까 겨우 1000만 원을 넘겼다. 1억을 넘기려면 20일이 넘어야 해. 그러나 5일이 지나 25일이 되니 10억이 넘고, 3일이 지나 28일이 되니 100억이 넘는 거야. 거기서 또 3일이 지나니 1000억이 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니 꼭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이런 복리의 '마법'이 이루어지려면 인내의 시간이 필수조건인 거지. 복리의 그래프는 꾸준한 시간이 투여가 되어야지만 어느 순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한다. 워런 버핏의 늦은 5년은 또는 7년은, 그렇기에 지금껏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것일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부자 되는 것이 너무도 간단하잖아? 그냥 꾸준히 투자만 하면 되는데. 그러나 우리는 항상 이론과 현실과의 괴리에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만다. 현실에서의 주식투자는 끊임없는 투기에의 유혹과 주가의 변동성을 버틸 신념의 부족과 온갖 국내외 리스크들과 사람들이 늘어놓는 오만가지 의견과 주장들에 흔들리며 이른바 장기투자를 해나갈 힘이 부족하기만 하다. 또한 언제 폭발할지 모를 복리의 그래프를 한가하게 기다리고 있기에는 지금 당장 내가 지니고 누려야 할 것들이 산재해 있고 포기하지도 못한다. 즉,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거야. 또 지금 누리는 것들을 포기하고 미래의 어느 시점을 향한 꾸준한 축적, 사치를 억제해야 가능한 그것을 쉽게 실천하기 힘든 거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20년 후에, 50년 후에, 늙어서 부자 되면 뭐 하나? 생각하는 거지. 맞는 말이야. 누구나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을 살 권리가 있다.



기억하니? 역술인이 사주팔자를 이기는 단 한 가지로 꼽은 것이 '인내심'이었다는 이야기. 또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경제적 재능이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고 한 엄마의 이야기. 워런 버핏은 그런 류의 사람이야. 돈에 관한 한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런 재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털어놓는 비밀을 좀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사람과 관련된 일화를 하나 더 말하자면, -워낙 신화적 인물이니 관련 에피소드도 아주 많을 밖에- 어떤 아이가 버핏에게 어디다가 투자를 해야 할까요? 하고 조언을 구했다. 버핏은 대답했지.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이 지혜로운 노인은 어떤 것에 투자를 해야 가장 이득이 되는지 딱 집어 조언해 주었다. 사람은 돈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지. 이 어린이가 지금부터 자신에게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매일 꾸준히 인내심있게 실천한다면 10년 후, 20년 후, 50년 후, 복리의 그래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어느 순간, 굉장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매일 하는 것의 힘"


복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매일을, 하루하루를, 일상을 쌓아가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안 쌓이는 것이 현실이고 정상이야. 돈을 예로 들어 보자. 투자 초기에 미동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인 상태를 보면 한숨 밖에 안 나온다. 10년, 20년 후의 일이 까마득하고 정말 이게 될까, 의구심이 솟지. 돌아보면 10년 세월 금방인데 앞으로 가야 할 시간을 견디는 건 지난하기만 하다.

그러니 인내심이 필요하단다. 단지 뭔가 얻고자 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이루는 것은 꾸준한 '함'이라는 거야. 무언가를 매일 하거나 꾸준히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게 하는 사람도 극히 드물고. 습관이 어느 정도 배어있어도 순간순간 하기 싫은 유혹은 불현듯 생긴다. 급할 때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초인적 힘을 발휘해서 상황을 극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뭔가를 하고자 할 땐 늘 그 반대의 하기 싫음의 유혹이 일지. 그것을 이기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냥 하는 것'. 인내심을 발동시켜 유혹을 별 것 아닌 듯(실은 별것이라도) 그저 실천으로 이겨내고, 스스로가 해낸 경험을 축적하면, 내 속에서 솟아오르는 뿌듯함의 달디 단 맛을 맘껏 볼 수가 있지.


말했듯, 삶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모든 부분에서의 만족도는 개개인이 다 다르다. 세계 1위를 다투는 부를 노리는 이는 극소수일 거야. 누구나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길 원하는 것도 아니지. 모두가 모델 같은 몸매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노벨상을 노리는 자도 극소수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이 말하는 최고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대다수의 평범한 우리가 원하는 어떤 것을 쟁취하기 위한 방법은 그저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것, 그 매일 하는 것의 힘을 믿는 것이다.


어리석은 욕심은 버려야 한다. 누군가의 유창한 외국어 실력만을 보고 주눅 드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야. 운동이나 공부를 잘하는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자신의 커리어에서 일가를 이룬 이 앞에서 주눅 들고 부러워하는 것은 그들이 이룬 것들을 그저 얻은 것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들이 인내의 시간을 넘어 그리 된 것을 알면, 내가 상상 못 할 시간을 투자해서 그리 된 것을 알면 저절로 수긍될 일이다. 10년 전에 그만둔 영어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해왔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떨까? 10년 전에 주식투자를 알아서 지금껏 장기투자 해 왔다면 내 자산은 얼마가 되어 있을까? 10년 전에 내가 뭐라도 시작했고 지금껏 해 왔다면? 그러나 바꿔서 생각해 보자. 지금부터 외국어공부를 하면 10년 후엔 내 능력에 언어도 장착되겠지. 지금부터 투자를 시작한다면 10년 후 내 잔고는 지금보다 나아져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 10년 동안 나만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한다면? 지금부터 운동한다면 미래의 내 모습은 어떨까. 매일 어떤 것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것을 10년을 한다면?



"모든 것에 적용되는 복리의 법칙"


그래,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게 있으면 게으름도 유혹도 이겨내야 한다. 처음에 못하는 부끄러움도 이겨내야 하고. 당장의 결실을 바라지 말고 꾸준함을 잃지 않아야 해. 그게 싫어서 그만둬 버리면 포기가 되고 그저 못하는 채로 머물게 되지. 그래. 그래도 돼. 내가 아무런 열등감이 없고 나 자신이 걸릴 것 없이 행복하다면. 이런 이야기 자체가 무의미해지지. 엄마는 네가 무언가 하기를, 되기를, 이루기를 열망한다는 전제하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란다. 인간은 자아실현 욕구를 가지기 마련이니.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것에는 복리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게 될까, 될까 하는 의심을 극복하고 언젠가 이룰 좋은 결과를 상상하며 하기 싫은 것도 기꺼이 하는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이 묵직한 행동이 복리의 가속 효과를 줄 거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바뀌는 거야. 어느 순간 가속도가 붙어 바뀌어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는 마법의 순간을 경험하게 될 거야. 네가 원하는 너의 모습을 선물로 받게 될 날이 올 거야. 행동은 습관을 바꾸고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 라는 말이 있지? 잘 만들어가는 습관으로 내 인생을 바꾸는 법, 복리의 마법을 내 것으로 만드는 법은 '꺾이지 않는 자신에게로의 투자'라고 한다면 엄마의 이야기가 결론지어질 것 같구나.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면 좋다. 아침에 한 번에 일어나기, 하루에 30분 운동하기, 음식 천천히 먹기, 밥 먹고 절대 안 눕기, 휴대폰 더 보고 싶을 때 과감하게 끄기, 책 읽기 등등 작은 성취를 이루면 어, 되네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알아차림의 순간을 경험하고 이로써 자신감을 획득한다면 더 큰일, 더 노력해야 하는 일들도 다 이루어 낼 수 있다. 이 세상에 못할 게 없다는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 너를 믿는 마음이 생겨났고 또 꾸준히 하면 '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다면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새겨보자. 못 견뎌 내면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요즘 노래들은 전주가 없는 곡이 많다더구나. 사람들이 음원사이트에 있는 곡들을 듣는 패턴을 분석해 보니 이용자의 대부분은 전주가 긴 곡을 그냥 패스해 버리더래. 그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전주를 아예 없애버리거나 몇 초 내로 줄이는 거지. 짧은 동영상일수록 조회수가 많고 그런 류의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이 더 대세이고 글도 짧아야 사람들이 본다지? 영화나 드라마도 소위 정주행이 없어지고, 하더라도 1.5배속으로 돌려본다는구나. 대신 드라마의 내용을 요약한 콘텐츠 소비가 많은 모양이야. 버튼 하나로 원하는 정보를 바로 알 수 있고 배송도 총알에 비유되는 시대에, 또 인공지능이 자잘한 스킬들을 대신해 주는 시대에 엄마는 웬 이런 고루한 소리만 해대나, 할 수도 있겠다. 네가 더 자란 어느 시점엔 좀 더 참을성 없는 시대가 되어있겠지. 무언가 안 하는 방향으로, 어쩌면 되도록 하지 않고 기계에 맡기는 방향으로 진화될 수도 있겠다.


번역기를 중간에 두고 외국인 친구와 대화하는 것은, 그것의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어딘지 모르는 부족함이 있다. 내가 외국어를 직접 습득해서 아무 장비 없이 제스처와 눈빛과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내가 하는 제2의 언어를 상대가 알아듣는 기분은 아주 멋진 경험이다. 작가가 긴 시간 고뇌하고 그야말로 한 사람의 지식과 상상력과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책을 라벨링 하면서 두고두고 읽는 것은, 긴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보는 것은 작가의 정신을 내게 새기어 내면을 깊숙이 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긴 시간 체화하여 단련된 능숙한 몸짓은 아름답기만 할 거야. 오랜 시간 그저 연습해 나가 실력이라 할 만한 악기연주는 그 사람을 얼마나 빛나게 하겠니?

봐라, 시간을 들인 것은, 그래서 어느 순간 경지에 이른 것은 이렇게 한 사람을 도약시킨다. 무시 못할 힘이 된다.


어떤 시대가 되든 변함없이 좋은 가치는 있는 거야. 그것을 믿고 한 걸음 씩 꾸준히, 천리길도 지금 내딛는 한 걸음부터다. 엄마의 복리 그래프는 아직도 수평 상태이고 아마 수년은 똑같다고 볼 수 있겠지. 한 달로 따지자면 이제 겨우 3일쯤 지났으려나. 400원 획득했다. 후후.

(생각해 보니 너는 나보다 40년쯤 앞서 있으니 네가 무언가를 일찍 시작해 꾸준히 이어간다면, 네가 엄마 나이 때 너의 복리그래프는 제법 상승곡선을 타고 있을 수도 있겠는걸? 참 멋지네!)

그러나 엄마도 괜찮다. 엄마는 하는 데 까지 해보련다.  내일 죽는다고 해도  딱히 아쉬울 것 없이 하루를 충실하게,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조급하지 않게 편안하고 즐겁게 그렇게 해보련다. 내가 가진 어떤 능력들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탈 때, 그땐 내 성취를 좀 자랑삼더라도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인생이란 참 재밌다. 무슨 게임 같지 않니?




JUNE. 2023. 엄마의 스무여섯 번째 편지.


쌓는 것을 좋아하는 이도. 엄마가 찍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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