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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Apr 10. 2024

오랜만에 딸이랑 봄소풍

어디론가 가려는 엄마

마음에 쓰인 모양이다.

친구랑 꽃구경 간 게 말이지.

일요일 아침이었다.


"엄마 우리 꽃구경하러 공지천 가자."

"그럴까...?"


그때였다. 아빠의 전화


"집에 오니...? 은지가 너 왔을 거라며 온다고 하드라."

"주은이가 꽃구경 가자 해서 공지천 가려고요"

"그래"


전화는 끊었지만, 아쉬웠다.

미안함이 흐르지만 난 주은이 약속도 소중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프던 머리도 아프지 않고 오히려 개운했다.

주은이는 봄내콜을 불렀다.

금방 차가 잡혀 우리 모녀는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뭐지?

타지도 않은 차가 앱에서는 하차로 된 것이다.

전화를 해보아야 하나 당황하던 찰나,

그래도 혹시나 하고 나가보니 차가 다행히 와 있었다.

차에 오르니 기사님은 통화 중이었다.

 하차로 된 건지 눈치 챌 수 있었다.

잘못 눌러서 회사와 통화하신 것 같았다.


드디어 도착한 공지천, 참 오랜만이다.

주은이 어려서는 자주 왔지만 그리올 일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몇년 전 도우미 선생님과 오긴 한듯 싶다.

같이 무얼 마신 건 아니지만, 잠깐 바람 러 말이지.

다시 보니 기분도 새롭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주은이는 여러 추억을 사진으로 찍어주었고,

그동안 공지천이 변한 모습을 주은이는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시원한 바람 속에서 차도 마시고, 닭갈비도 먹으러 가고.

다리 아픈 것도 잊은 우린 구경하며 걸었다.


집에 돌아오며 장미 폈을 때 차돌박이 먹으러 또 오자는 약속을 했다.

피곤했지만 행복은 너무나 컸덨것 같다.

어제 사실 주은이가 안먹는 약을 3시간동안 정리 했지만,

먹고있는 약까지 실수로 버려서

매우 속상했는데 마음이 확 풀리는 기분이다.

다음엔 될 수 있는 한 물어보고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월요일 아침이었다.

도우미 선생님은 출근하셨다.


"안녕하세요 언니"

" 오셨어요"


출근하신 선생님은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시고 국을 끓여 놓으시고 내게 다가와 말했다.


"언니.. 커피 해요."

"네...! 고마워요."


늘 그렇듯 우린 티브이를 같이 보았다.

'아침마당' 프로그램에서는 온 가족이 모두 노래를 하는 모습이었다.

가수도 있었고 국악을 하시는 분, 그리고 뮤지컬,

무엇보다 10대 꼬마 여자아이가 참 귀여웠다.


10시가 다가오자

도우미 선생님의 손길은 바빠졌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미용실에 같이 갔다.

원장님도 출근하셨다.

나는 염색을 하고 집에 돌아오던 길,

개학을 해서 그런지 아이들 소리가 가득하다.

옆에 있던 도우미 선생님은


"아이들 소리가 왠지 반갑고 참 좋네요."

"그러게요."


점심을 먹고 다시 티브이 보고 있는데

아빠가 전화하셨다.


"오늘 올 거야?"

"네...!갈게요."

"그럼 믿고 나 놀러 가도 되지?"

"네.. 곧 갈 거니까 괜찮아요."


퇴근하시는 도우미선생님,

이쁘게 머리도 했으니 잘 다녀오라고 하신다.

봄내골을 타고 친정에 왔다.

엄마는 나를 보자 반기셨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치매이신 엄마는 문을 향했고 어디론가 가야 한다면서 문을 여실려 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혼자 큰길까지 나가신 바람에 아빠가 놀라셨고

데리고 오셨다는 이야길 들은 것 이 생각나

나는 현관문을 잠그고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자꾸 어디론가 가야 한다며 몇 번이고 시도해 보려는 엄마.

순간 마음이 그만 짠해 왔다.

엄마가 건강하던 그 모습이 그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녁이 되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신경은 쓰였지만,

한편으론 다녀오길 잘했구나 싶은 그런 마음이 가득 흘렀다.

담에 엄마가 좋아하시는 요플레를 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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