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멈의 생일을 축하해요
엄마 생일 날, 아빠의 하루
비가 주룩주룩 오던 날
할멈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고 자식과 며느리들이 모였다.
모처럼 고깃집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자식들과 고기 먹을 생각에 들떠
그만 양말도 못 신고 나갔다.
둘째아들 차에 할멈과 함께 올라타서 고깃집을 향한다.
고기 구워 먹고, 냉면도 먹고.
서로 이야기를 한참 나누며 화기애애한 이 분위기 그 속에
막내 아들은 장가를 가도 철이 없다. 젓가락을 가지고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다니며 찔끔찔끔 뺏어먹는다.
그래도 사업해서 많이 힘든 건가 바싹 말랐다.
와~배부르다.
정말 행복하네.
집에 다시 돌아갔을 때 자식들은 바로 하나둘씩 제자리를 향하고
결국 할멈과 나만 다시 집에 남게 되었다.
그런데 할멈이 그만 실수를 한 모양이다.
다가와 말하기를 ..
"아버지, 나 똥 쌌어."
"그래, 화장실 가자. 치워줄게..."
졸졸 따라오는 할멈 보니 그래 나 없으면 안 되지.
그래도 할멈이 내가 아픈 걸 보고 걱정되었던 건지
"아버지 아파?아프지 마."
그랬지.
이렇게라도 대화가 되니 다행이야.
깨끗이 씻긴후 다시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히자
할멈은 잠이 오는지 눈을 비빈다.
침대에 눕히고 지친 나도 쉬어본다.
자식들은 잘 도착했다고 하나둘 전화를 하고 그렇게 하루가 간다.
얼마쯤 잤을까?
새벽에 할멈이 또다시 아버지~ 하며 찾는다.
"왜? 배고파?"
"아니야."
무엇이 불만인지
할멈은 그만 흥분을 했고, 내 뺨을 때린다.
순간 나는 눈물이 났다.
네가 젊었을 때 어디 그랬니?
네가 네 정신이면 안 그럴 건데
이거 안쓰러워 어쩐다나.
내가 무슨 죄가 많길래 너를 이렇게 만든 걸까?
"똑바로 봐봐. 나 아버지잖아 왜 그러니."
다시 할멈은 잠잠해지고
"할멈"
"응"
"가서 더 자. 데려다줄게."
"응"
"그래, 잘 자."
아침 6시, 요양사가 왔다.
차려주는 아침밥을 같이 먹고, 요양사와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였다.
딸이 영상 전화를 한다.
"응. 아버지 야."
"어젯밤은 잘 주무셨어요?"
"응"
"어디 아프진 않아요?"
"괜찮아. 이그~우리 딸이 최고군.
전화비 많이 나와, 우리 끊자"
"네"
어제 내가 비 내리는 와중에 맨발로 외출해서 딸이 걱정 되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