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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Aug 10. 2024

할멈의 생일을 축하해요

엄마 생일 날, 아빠의 하루

비가 주룩주룩 오던 날

할멈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고 자식과 며느리들이 모였다.

처럼 고깃집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자식들과 고기 먹을 생각에 들떠

그만 양말도 못 신고 나갔다.

둘째아들 차에 할멈과 함께 올라타서 고깃집을 향한다.

고기 구워 먹고, 냉면도 먹고.

서로 이야기를 한참 나누며 화기애애한 이 분위기 그 속에

아들은 장가를 가도 철이 없다. 젓가락을 가지고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다니며 찔끔찔끔 뺏어먹는다.

그래도 사업해서 많이 힘든 건가 바싹 말랐다.


와~배부르다.

정말 행복하네.

집에 다시 돌아갔을  자식들은 바로 하나둘씩 제자리를 향하고

결국 할멈과 나만 다시 집에 남게 되었다.

그런데 할멈이 그만 실수를 한 모양이다.

다가와 말하기를 ..


"아버지, 나 똥 쌌어."

"그래, 화장실 가자. 치워줄게..."


졸졸 따라오는 할멈 보니 그래 나 없으면 안 되지.

그래도 할멈이 내가 아픈 걸 보고 걱정되었던 건지


"아버지 아파?아프지 마."


그랬지.

이렇게라도 대화가 되니 다행이야.

깨끗이 씻긴후 다시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히자

할멈은 잠이 오는지 눈을 비빈다.

침대에 눕히고 지친 나도 쉬어본다.

자식들은 잘 도착했다고 하나둘 전화를 하고 그렇게 하루가 간다.


얼마쯤 잤을까?

새벽에 할멈이 또다시 아버지~ 하며 찾는다.


"왜? 배고파?"

"아니야."


무엇이 불만인지

할멈은 그만 흥분을 했고, 내 뺨을 때린다.

순간 는 눈물이 났다.

네가 젊었을 때 어디 그랬니?

네가 네 정신이면 안 그럴 건데

이거 안쓰러워 어쩐다나.

내가 무슨 죄가 많길래 너를 이렇게 만든 걸까?


"똑바로 봐봐. 나 아버지잖아 왜 그러니."


다시 할멈은 잠잠해지고


"할멈"

"응"

"가서 더 자. 데려다줄게."

"응"

"그래, 잘 자."


아침 6시, 요양사가 왔다.

차려주는 아침밥을 같이 먹고, 요양사와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였다.

딸이 영상 전화를 한다.


"응. 아버지 야."

"어젯밤은 잘 주무셨어요?"

""

"어디 아프진 않아요?"

"괜찮아. 그~우리 딸이 최고군.

전화비 많이 나와, 우리 자"

"네"


어제 내가 비 내리는 와중에 맨발로 외출해서 딸이 걱정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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