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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혼외자, 그리고 거대한 극장 대한민국.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by 박건우 Nov 29. 2024

정우성, 혼외자, 그리고 거대한 극장 대한민국.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


 일본의 학자 오구라 기조가 자신의 저서〈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사용한 문구이다. 때로는 제 3자이기에 더 통렬히 꿰뚫는 법. 이 문구는 한국인들에게 알려지면서 뇌리에 새겨지며 그들 자신을 알아차리게 했지만 어떤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모양이다.


 최근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다. 출산과 결혼을 당연히 한세트로 생각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혼외자는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논란거리다.  사람들의 여론은 '유엔 난민 친선대사로 활동했으면서' 혼외자를 만든 정우성에게 비판적인 모양이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분까지 끌어들이는 모양새인데, 둘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무언가 단단히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나는 그들의 혼외자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의 개인적인 일이고 불법적인 일도 아니다. 그들이 알아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정우성은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까지는 양육비에 대한 갈등도 밝혀진 것이 없다. 즉,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내가 놀란 부분은 '혼외자'에 대해 이렇게나 비판적인 대중들의 시선이다.

  나는 요 몇년간에 대한민국은 출산이나 결혼 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생명 윤리, 도덕에 대해서 많이 내려놓았다(진보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기 선택권을 우선한다는 논의 결과에 의해 '낙태죄 폐지'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또, 방송인 사유리는 정자를 기증받아 결혼은 커녕 상대도 없이 득남하였다. 나는 이 두 건에 대해 비판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여론보다 긍정적인 여론이 많았다고 느꼈다.(실제와 다를 수 있다.)

 이것들이 내 생각의 근거였다.


 그런데 지금 여론은 낯설다. 왜 이번건에 대해서는 정우성에게 그리도 비판적인가? 

 현재까지 그들 사이에서 '아이를 무시하겠다'거나 '낙태하지 말라'했다거나, 혹은 역으로 '낙태하라'했다거나 하는 등의 인격을 침해하는 강제적 행위를 했다는 경위가 있나? 내가 알기로는 지금까지는 없다.


 나는 이혼가정에서 자랐다. 성장 과정에서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어린 아이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의 고충을 나 역시 겪었고 공감한다. 그런데 지금 이 여론들은 그런 것 때문에 비판하는 모양새는 아닌 듯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밟아온 '진보적' 자취에도 그런 논의는 수면위로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모두 부모에만 관심이 있지 아이의 삶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그럼 남은 이유는... 와, 놀랍게도 2024년 사회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 따위의 극히 당사자들간의 프라이버시인 선택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회였던 모양이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해준 요즘에 감사할 따름이다.


도대체 지금 여론은 무얼 말하고 싶은걸까?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이룩해온 '진보적 행보'는 무엇이었는가?

어쩌면 그조차 '연극'이었나? 이 도덕 쟁탈전에서 '승리자'는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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