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제주도 감자로 전 부쳐먹기
몸의 건강을 위해 하루에 두 끼 이상을 집에서 요리해먹다 보니 재료에 신경 쓰게 된다. 특히나 엄마의 경우 좋지 않은 재료나 화학조미료를 많이 쓴 음식이 몸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더욱 꼼꼼히 신경 쓰고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기농 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매장에서 재료를 살 때는 겉포장에 붙은 무농약, 친환경, 유기농, 무항생제 등등의 마크를 확인하게 되고, 인터넷에서 재료를 살 때는 제품 상세정보를 꼼꼼하게 읽는다. 아마 자신이 환자이거나 환자인 가족을 돌보는 사람이라면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주로 대형마트나 가까운 채소가게에서 재료를 샀는데, 요즘은 농산물 꾸러미를 구독하고 있다. 산지에서 직배송으로 받는 무농약 인증 이상의 농산물들이라 싱싱하다. 조금 오래 보관해도 빨리 상하지 않아서 좋다. 꾸러미로 부족할 때는 한살림 같은 협동조합에서 구입하거나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만 판매하는 장터에 간다. 발품을 조금 팔아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친환경 농산물이라 건강에 좋고, 불필요한 포장이 많지 않아 쓰레기도 덜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또 생산자와 직접 대면하여 살 수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얼마 전에는 포장과 배송 없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유기농 농산물을 판매하는 마켓에서 꾸러미를 하나 구매했다. 당근과 감자, 콜라비, 귤이 한 꾸러미였다. 모두 제주도에서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된 농산물이었는데, 한눈에 봐도 싱싱해 보였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돌아오는 길이 좀 힘들긴 했지만 이 재료들로 또 어떤 요리를 만들어볼까 어떻게 요리를 하면 맛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즐거워졌다. 제일 먼저 생각난 요리는 감자전이었다. 이번주 배송받은 꾸러미 채소 중에 감자가 있었는데 마켓에서 산 꾸러미에도 감자가 있어서 집에 감자가 꽤 쌓여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엄마가 감자전이 먹고 싶다고 말했던 것도 생각났다.
꾸러미를 정리하고 감자를 꺼냈다. 감자의 크기가 제각각이라 다섯 개쯤 꺼내서 고민했다. 너무 많으려나? 하지만 엄마가 무척 먹고 싶어 했으니 아무래도 넉넉하게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 다섯 개 다 쓰자! 결론을 내렸다. 강판에 갈아서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조금 귀찮기도 하고 강판에 여러 번 손이 다친 기억도 있어서 믹서기를 사용했다. 감자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 다음, 얇게 썬 감자와 물을 조금 넣고 믹서기에 갈았다. 갈아낸 감자를 체에 한번 걸러 물기를 빼주고 또 물과 전분을 분리해 주고 전분과 체에 거른 감자와 부침가루를 섞어주고. 별거 아닌 듯하면서도 자잘하게 손이 많이 갔다.
감자 다섯 개를 감자전으로 만드니 손바닥만 한 전 세장이 나왔다.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구나. 양념장도 만들고 감자전만으로는 부족할까 싶어서 후다닥 김치찌개도 만들었다. 한상을 차려놓고 먹는데 엄마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감자전만 무섭게 흡입했다. 엄마가 말없이 흡입하는 경우는 둘 중에 하나다. 배가 많이 고팠거나 너무 맛있거나. 그래도 혹시나, 엄마의 표정이 너무 굳어있어서 노파심에 물었다.
"혹시 맛없어요?"
"아니, 엄청 맛있어. 천천히 먹어야 되는데 맛있어서 빨리 먹게 되네."
그리고 뒤에 한마디를 더 붙였다.
"짜파게티 끓이다가 냄비 태워먹던 시절에는 이렇게 요리 잘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었는데."
그러더니 그때가 생각이 났는지 한참을 웃었다. 아, 정말. 다 지난 흑역사를 왜 다시 꺼내는 건지! 그때의 기억에 부끄러우면서도 엄마가 웃는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나서 마주 보고 같이 웃었다. 작년에 엄마는 배와 허리에 힘을 주기도 어려워서 잘 웃지도 못했었는데, 정말 많이 나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잘 먹기도 하고 잘 걷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더 좋은 재료로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고 싶어 진다. 다음번에 장을 볼 때는 어떤 재료를 사볼까? 이제 봄이니까 봄나물이 좋으려나?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