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과호흡 증후군에 시달리기를 며칠, 투명한 비닐봉투에 얼굴을 디밀어 가쁜 숨을 쉬는데 투명한 달, 하나, 떴다가 삭아들고 부풀었다가 오그라들고 팽창하다가 수축하고 커졌다가 작아지고, 달은 어디에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걸까 큰 숨을 내뱉고 들이쉬고 달이 뜨고 지고, 달은 육체가 없는 혼처럼 신출귀몰한다 밤은 그 꼬리가 보이지 않는데 잠잠한 달, 달이 머무른 봉투 안엔 물기가 맺히고 구겨진 내가 있다 달은 어디로 갔을까 내가 먹어치운 게 달이었나 끼익, 머릿속을 공전하는 달을, 이마를 흘러 목을 타는 달이, 내 몸에서 천천히 부푸는 달을 느낀다 달은 왜 숨었다가 다시 나타난 걸까 내 몸속에서 달을 꺼내보는 밤 가쁜 숨을 돌이켜 젖은 이마 위로 키득키득 전등이 비추는 밤에 왈칵 쏟아낸 달빛, 달이 옷을 벗으면 이런 모습일까 달의 그릇을 바꿔보며 대상 없는 죄책감을 느끼던, 한여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