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약속된 기호 속에 슬픔을 담기로 했지
한 번에 하나씩, 가끔은 조금 더 길게
가끔은 하품이나 불순하게 솟구치는 반성들은
금방 드러나서 재미없는 거짓말이었어
오늘은
죽었던 어제의 내가 다시 살아나 살그머니
다음 계단 위에 앉았지 네가 그랬던 것처럼
눈을 깜빡, 그걸로 끝
군데군데 비어 있는 시간 틈새로 얼버무리듯 실수가 채워지고
흩어진 글자들이 모여 그럴듯한 유언이 조립되고
미안,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어
나이테에 새겨진 내력과 꽃 진 계절의 뻐꾸기와 우기의 그림자와 가난했던 언니의 가방 속처럼 아직도 유효한 어제와 그제와 엊그제와의 이별을 위한 창틀에는 노란 눈동자의 고양이 한 마리
내일을 꼴깍 삼킬 거야 어제의 표식이 남긴 모호
네가 가위로 오려냈던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이름이겠지만
상상해 봐
어디든 달라붙는 먼지처럼 질문을 건너뛴 정답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