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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토

Poem

by 김조민

실토


김조민


어떤 소리의 근원은 의도에 있었다

너에게서 전화가 왔다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버티고 서서 그냥 오는 대로* 붙잡고 있자던 그날의 새벽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서로 아무런 관계없는 시간이었다


현실을 다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지나가는 지도 모른 채 지나가는 순간이 있었다

텅 빈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얼굴이 있었다

자꾸만 미뤄두던

상냥하지만 어떤 감정도 싣지 않은 확신은

어떻게든 내팽개쳐질 최초에 불과했다


사라진 길을 가리키는 너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귀중한 고백을 한다

부디 평안하길




* 필립 로스 『에브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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