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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민 Nov 15. 2024

읽던 집

Poem

읽던 집


김조민



   한 사람이 세상을 저주했던 시간과 절벽 아래 놓은 마음을 읽어요      


   울지 않고 잠드는 법을 알려 주세요 

   아가야 넌 울면 안 된단다 마음을 드러내는 순간 적의의 이빨도 은은히 빛날 것이니 너는 몰래 눈물을 삼키는 사람 고통을 관통하느라 빛날 젊음 없는 운명이란다      


   햇살 아래 감출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정해진 길을 따라 걸을 수 없는 걸음을 덮고, 지친 발을 매달아 놓은 집을 메고, 닫히지 않는 창을 어루만질 때 비로소 너의 손등에 내려앉는 바람을 잡을 수 있으리니 그때 언덕을 올라 지천에 핀 들꽃에 몸을 숨기고 뒤엉킨 풀을 헤치며 혈관을 다듬을 적당한 시간의 굴레를 만날 수 있단다     


   우리는 얼마든지 모르는 의미로 우두커니 있을 수는 없을까요

   누군가를 위한 사랑도 무의미하지 않았으나 타인의 것을 탐내는 자는 타인이 되리라 새겨진 돌판을 들고 점점 희미해지는 목소리를 받아들어야 했던 공허를 읽으렴      

   

   그렇게 누군가의 시간 위에 나의 행복과 평안에 대한 불결한 고백을 얹는다       

 

   나의 근거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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