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바람이 지겨워진 너는 옷을 갈아입었다 어둠 속에서 꼼짝 않는 어제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한 가지 이상의 설명이 필요했지만 모든 것이 실수인 것만 같았다 그러자 너만 남았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아 당연했던 평안처럼 완벽하게 맞았다 벗어둔 옷에서 물결이 일었다 너는 물결 속에 서서 무언가 뜨거웠다 잠긴 발이 불룩하게 쌓여 계단을 만들었다 제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어쩔 도리 없는 추측들은 입장을 가지지 않아서 무성한 바람에 걸맞은 무성으로 자라 너에게 밀려갔으니 몇 번이고 펄럭이던 외면이 아닐까 생각도 했다 보았고 들었던 것은 힘이 없었다 몇 번이나 자르고 붙이는 사이 오염된 빈 칸만이 살아남았다 지겨워진 너는 옷을 갈아입어도 계속 벗어둔 옷 냄새가 난다고 했다 너의 발이 아직 거기 있는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