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다.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지기 때문이다.
글로 남기는 것만으로도 다시 그날의 냄새가 떠오를까 봐,
그 순간의 날카로운 금속음이 다시 내 귀를 덮을까 봐 망설였다.
그렇지만 결국, 남기기로 했다.
내가 그 복도에, 그 공기 속에, 실제로 서 있었으니까.
그리고...
당장 쓸 이야기가 없으니까...
...
...
...
어쨌거나 지금부터 쓰는 이야기는 모두 진짜다.
만약 심장이 약하거나,
오늘 밤 편하게 자고 싶은 분들은,
여기서 멈추시길 권한다.
진심이다.
해가 지고, 골목 어귀에 어둠이 번지던 시간이었다.
나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으로 배달을 갔다.
내비 안내도 정확하지 않을 만큼 깊숙한 골목의 끝.
겨우 도착한 그곳은...
어떤 규칙도, 구조도 느껴지지 않는 이상한 건물이었다.
정문이 어디인지도 분간이 안 됐고,
가파른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뻗은 좁은 바위틈 같았다.
눅눅한 복도였다.
그곳은 누군가 몇 년간 방치한 듯한 유모차와 이불 더미, 먼지 쌓인 상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복도등은 당연한 듯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끊어지지 않을 만큼만 깜박이며 살아 있었다.
그 미세한 깜박임이 더 무서웠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짧고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르르르... 캬아앙!
...?!
고양이 울음이었을까?
하지만 내가 평소에 알던 그런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고막 깊숙이 찌르는 듯한, 공명을 잃은 쇳소리 같았다.
마치 누군가의 목을 조르기라도 한 듯 고통스러운 소리.
소리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사라졌다.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웅크리고 계단을 한 층 더 올랐다.
그 순간부터, 공기가 이상하게 변했다.
처음엔 그냥 오래된 건물 특유의 퀴퀴한 냄새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걸음, 또 한 걸음, 올라갈수록 그 냄새는 코끝을 자극하는 정도가 아니라, 숨을 막아오는 수준이 되었다.
안 그래도 후덥지근한 공기에 목이 더욱 뜨끈해졌다.
배 속은 울렁거리고,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떠올랐다.
뉴스에서 몇 번 본 적 있는 사건들.
‘호... 혹시... 이 냄새가...?’
생각이 머리에서 파편처럼 튀었고,
손에 들고 있던 배달 상자는 힘이 빠져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심장이 뛴다.
숨이 가빠진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3층 복도 끝을 돌았을 때,
그 문은 나타났다.
문 하나.
철문도 아니고, 칠이 벗겨진 나무 문.
초인종도 없고, 불도 꺼져 있는 어둠.
무채색 벽과 얼룩진 바닥.
그 문 앞에 몸을 굽혀 상자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냄새는 ‘냄새’가 아니라 '공격'이 되었다.
'헉...!'
나는 상자를 떨어뜨리다시피 놓아버리고 코를 틀어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허공에 발을 헛디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때였다.
크르르... 캬아아앙!
그 소리,
아까 그 울음보다 더 날이 선 소리가 복도 한쪽 끝에서 다시 터졌다.
고개를 돌렸다.
그 어두운 복도 저 끝,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번뜩였다.
마치 어둠을 찢고 나온 것처럼 두 점의 눈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고양이 같았다.
한쪽 구석, 쓰레기 더미 뒤에서 발광하고 있는 눈동자.
그 눈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진짜로,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바로 그때,
어느새 어둠에 익숙해진 내 시야로 그 집 문 앞에 놓인 투명한 비닐봉지 하나가 들어왔다.
...!?
묶이지도 않은 채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봉투 안에는
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갖가지 찌꺼기들이 엉켜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냄새의 정체는,
문밖에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였다.
나는 멍하니 봉투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뛰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요동쳤지만,
공포는 이미 증발해 버리고,
그 자리에 남은 건 어이없을 만큼 맥 빠진 허탈함뿐이었다.
잠시 그대로 있다가,
몸을 추슬러 도망치듯 건물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내 뒤에서 누군가가 쳐다보는 듯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속옷까지 축축했고, 온몸엔 닭살이 돋아나 있었다.
초여름 저녁인데도 으슬으슬했다.
마치 한여름에 혼자 귀신의 집을 통과한 느낌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음식물 쓰레기는... 제발 복도에 내놓지 맙시다.”
그날 이후
세 달 가까이 흘렀지만,
그 집에서 다시 배달이 들어온 적은 없다.
보통 마트 배달은
한 번 시킨 집에서 며칠이나 몇 주 간격으로 재주문이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다.
주소만 봐도 ‘아, 또 그 집이구나’ 싶을 만큼 반복되는 곳도 많다.
하지만 그 집은, 정말 단 한 번이었다.
그렇게 그 집은,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나는 매일이 전쟁이었고, 그저 땀과 먼지 속에서
또 다른 하루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운전을 하며 우연히 그 집 근처를 지나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잠깐만,
...
...
...?!
그날 내가 내려오고 있을 때...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었나?
그 비명 같은 소리는 정말 고양이였나?
그 냄새는... 정말 음식물 쓰레기였던가?
그 순간 내가 본 게, 내 기억이,
진짜...
전부였을까?
…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To be, or not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