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마다 공유되는 게시물의 성격은 무척 다르다. [인스타그램]은 피드를 통해 지인들의 근황을 살피기 좋고, 연락처에는 없지만 서로 팔로잉을 할 경우 필요시 DM (Direct Message)를 보낼 때도 용이하다. 아주 가끔씩은 내 일상 사진을 공유하는 플랫폼도 인스타그램이다. 한편 이제는 한국에서 거의 '한물 간' 플랫폼으로 취급받는 [페이스북]은 북미에서는 인스타그램과는 다른 용도로 여전히 쓰임이 많은데, 예를 들면 주변의 중고 물건 거래를 찾을 수 있는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나, 정보를 공유하는 각종 그룹이나 포럼은 페이스북에 밀집되어 있다. 그 외에도 영상 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 [유튜브]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 정도고, 북미에서는 Gen Z라고 불리는 MZ 세대들 사이에 [틱톡]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며, 여러 기업과 유명인들은 여전히 [X, (구 트위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오늘은 그중 링크드인 (Linkedin)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요즈음은 한국에서도 사용자가 많이 늘어난 소셜 미디어인데, 특히 해외에서는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국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렇잖아도 수많은 소셜 미디어가 난무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데, 굳이 링크드인까지 해야 할까? 부담스럽고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나처럼 인스타그램도 즐겨하지 않고, 팔로워 수 늘리기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래봐야 소셜 미디어인데, 중요하면 얼마나 중요하겠어? '될놈될'이라고, 안 해도 될 놈은 다 되지, 생각하기 쉽다.
뭐 꼭 틀린 말은 아니다. 경험상 캐나다에서도 인스타그램은 대부분 이용하는 반면, 링크드인에는 관심이 없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이 그냥 이메일 하나만 있으면 계정을 만들고 곧바로 이용이 가능한 일반적인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보다는 진입 장벽도 높고, 또 오롯이 '직업 네트워킹 (Profession Networking)'을 위한 곳이라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재미를 느낄만한 콘텐츠도 없다. 링크드인은 나의 수많은 모습 중 친구나 가족, 혹은 애인이나 부모로서의 내가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나를 표현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링크드인은 직업 네트워킹의 기능을 얼마나 제공하고 어떻게 활용되는 것일까? 정말 링크드인이 내 커리어에 의미 있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결정적으로 나는 링크드인을 통해서 이직을 했다. 게시글 하나 올린 것 없이 그저 프로필을 이력서처럼 세팅해 두었을 뿐이다. 실제로 링크드인에는 내 프로필을 기업 제출용 이력서로 추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그만큼 타 소셜 미디어 프로필과는 다르게 커리어 중심의 프로필을 작성하도록 되어 있어서 프로필 그 자체가 곧 내 이력서이다.
기본만 하자. 링크드인 기본 활용법
1. 먼저 북미에서 이력서에는 사진을 포함하지 않지만, 링크드인 프로필에는 사진을 걸어두어야 더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이 사진은 인스타그램 프로필의 '힙하고 쿨'하게 보정된 사진과는 다르다. 하늘색 배경의 한국 취업용 스튜디오 증명사진(...)도 비추천이다. 한국에서는 상당히 깔끔하다고 인식되는 모양이지만, 북미에서는 매우 부자연스럽고 너무 경직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자연스럽게 미소를 띠고 있는, 깔끔한 배경의 셀피(selfie)만으로도 충분하다. 정장 입고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별한 포즈나 제스처(다문화 사회, 오해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즘 사진 보정술이 기가 막힌 건 알지만 링크드인에서만큼은 과한 얼굴 성형은 자제하자. 밝기나 색감 정도만 자연스럽게 고치는 게 좋다.
2. 사진을 업로드 후 프로필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전, 나를 간단한 문장들로 표현하고 소개하는 란이 있다. 취업 시 이력서와 함께 제출하는 커버레터(Cover Letter)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같은 직업군의 다른 사람들의 소개를 참고해서 나름대로 본인의 소개를 간략하게 만들어두자. 한두 줄이어도 충분하다. 구구절절 쓰는 게 더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어서 정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직무/직함만 쓰고 생략해도 된다.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다.
3. 이제 경력란으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최근 5년간의 경력을 중심으로 입력한다. 이력서 작성에서와 마찬가지로 링크드인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 여기부터, 혹은 이 부분만 집중해서 보기 때문이다. 커리어가 적다면 5년 이상 오래된 경험도 의미가 있지만 너무 예전의 자잘하고 관련 없는 경험은 빼는 게 더 깔끔하다. 이력서든 링크드인 프로필이든,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명, 근무기간, 직무만 달랑 쓰고 끝날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어떻게 해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혹은 내고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면 전달이 매우 쉽다. 예를 들어 회사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제작/담당하고 있다면 구독자/조회수가 얼마큼 올랐는지를, 마케터라면 통계상 얼마나 많은 관심을 이끌었는지 등을 숫자로 기술한다면 읽는 사람이 직각적으로 이해하고 내게 흥미를 갖도록 만들 수 있다.
4. 각 경력마다 내가 활용한 능력/기술을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거의 무엇이든 입력이 가능하니 맘껏 활용하자. 'MS Excel'이나 'Photoshop' 같은 프로그램부터 '민법', '형법' 같이 내가 주력한 분야에 대한 지식 범주를 기입하는 것도 가능하고, '창의적 글쓰기'처럼 해당 경력에 연관된 기술이라면 무엇이든 추가할 수 있다.
5. 이후에는 출신 학교 정보나 봉사활동 경력, 언어 능력 같은 것을 입력할 수 있는 파트가 있는데, 가능한 대로 채워 넣자. 지인이 내 프로필에다 추천글을 쓸 수 있는 기능도 있는데, 어느 정도 링크드인 활용이 익숙해지면 친한 옛 직장 동료나 학교 동기끼리 서로 써 주면 더 풍부하고 멋들어진(?) 프로필을 완성할 수 있지만,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는다. 어차피 북미에선 대부분 입사할 때 따로 레퍼런스 체크 (Reference check)를 하기 때문이다.
6. 여기까지 프로필을 완성하고 나면, AI가 나와 비슷한 업종, 직종의 사람들을 추천인으로 보여준다. 다른 소셜 미디어와는 다르게 철저히 직업 네트워킹이 목적인 링크드인에서는 커넥션이 훨씬 쉽다. 원하는 사람은 먼저 커넥트 요청을 보내도 되고 내 프로필이 잘 셋업 되어 있다면 머지않아 다른 사람에게 커넥션 (친구추가/팔로잉) 요청이 오기 시작한다. 링크드인은 커리어 발전이 목적인 곳이기 때문에 프로필만 어느 정도 잘 셋업 되어 있으면 커넥팅 자체를 거절당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제 피드에는 내 업종/직종에 관련된 포스팅들이 뜨기 시작했을 것이고, 나와 커넥션을 맺은 사람들이 작성한 글들도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글이 있어 좋아요를 눌렀다면 AI가 그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포스팅을 보여주게 된다. 링크드인의 플랫폼 특성상 타 소셜 미디어처럼 가계정이라던지, 익명에 숨어 이상한 짓(?)을 하는 유저의 수는 적은 편이지만, 사기꾼(Scammer)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으니, 누구든 덥석 믿지는 말자. 뭐든 더블, 트리플 체크를 해서 나쁠 게 없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글을 포스팅해야 할까?
재미있는 점은 링크드인은 굳이 포스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적인 포스팅이 주를 이루는 타 플랫폼과는 다르게 링크드인은 대부분 '일',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또 현/전/미래의 직장 동료, 상사들이 내 포스팅, 댓글, 좋아요를 누른 게시글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포스팅에 신중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소신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괜히 논쟁의 여지가 명백한 글을 쓰거나 그런 글에 좋아요나 댓글 등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행동 또한 링크드인에서는 자제하는 게 좋다. (특히 정치적 포스팅은 매우 조심!) 그런 활동은 다른 소셜 미디어나 개인적인 공간에서 맘껏 표현하도록 하자. 링크드인에서는 나를 커리어적으로 PR 할 만한 글이 아니라면 포스팅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프로필을 만들고 커넥션을 늘리는 것 만으로 원하는 것(커리어 관련 기회)을 얻기에는 충분하다. 나 역시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글을 포스팅한 적이 없고 타인의 게시물에 거의 반응도 하지 않지만 거의 매일 커넥션 요청을 받고 있고, 헤드헌터와 리쿠르터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으로 커넥션 수는 약 천 개 정도 되는데, 아주 극초반에 몇 명에게 먼저 커넥션을 요청한 것 이외는 내가 한 일은 없다. 물론 커넥션 수는 숫자일 뿐이지만, 커넥션이 늘어날수록 타인에게 나에 대한 노출이 많아지는 것이므로 우리의 목적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다. 북미에서 취업이나 이직을 목적으로 링크드인을 이용한다면 프로필 세팅과 커넥션을 승낙하는 것 이외에 딱히 다른 활동은 필수적인 일이 아니다.
프로필만 어느 정도 잘 세팅해 두어도 헤드헌터와 리쿠르터들의 연락을 받기가 매우 수월해진다. 내게 온 메시지는 이메일로도 확인, 답장을 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혹은 회사들이 직접 잡 포스팅(Job Posting)도 많이 하는데, 나 역시 링크드인에 올라온 잡 포스팅을 보고 회사들에 지원을 했고, 결과적으로 그중 하나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지원하고 인터뷰를 보는 과정은 타 구인구직 사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따로 이력서를 제출할 필요 없이 링크드인 프로필만으로 지원이 가능해서 수월한 느낌이었다. 또 우리 회사를 포함해 꽤 많은 회사들이 링크드인에 먼저 구인 공고를 올리고 적당한 후보자를 찾지 못하면 다른 구인 사이트에 포스팅을 했는데, 이처럼 링크드인 이용자들이 지원에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 건 안 해도 링크드인 계정만큼은 만들어두고 프로필을 늘 업데이트해 두라고 조언하곤 한다. 당장 몇 년 뒤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2023 현재까지 링크드인을 통한 커리어 발전의 기회는 매우 많다. 특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경력 -Career Path-가 중요시되는 전문직종일수록 링크드인은 거의 유일한 무료 네트워킹의 창구다. 특별한 활동을 할 필요 없이 프로필 하나만 잘 세팅해 두면 거의 손댈 것이 없으니, 해외 취업/이직을 원한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다고 반드시 이득이란 보장은 없지만, 안 하면 손해인 느낌이랄까. 어차피 무료인데,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