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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피아 Jan 27. 2023

새벽 6시에 등원준비를 합니다

한국에서 어린이집 다닐 때는 기상시간 8시. 

나의 평소 루틴은 아이를 9시 5분까지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바로 요가원으로 이동해 9시 반에 시작되는 요가 수업을 들었다. 

화요일 오전 수업을 맡은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더 부지런을 떨었다. 


아이가 일어나면 양치하고 옷 입히고 간단히 아침을 먹이고 

그 과정 동안 꾸물거리는 아이를 살살 달래기도 하고 주로 채근하며 부산한 아침을 보냈었다. 

바로 옆 단지에 있던 어린이집에 가는 길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을 오가는 길이라 신호가 바뀌는 타이밍도 훤히 알고 있었다. 이 구간에선 차를 좀 밟아줘야 다음 신호를 받을 수 있고 이 다음 신호에서는 어차피 밟아봐야 신호에 걸려 기다려야 하니 천천히 가고.. 

그렇게 부산스럽게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면 더 부산스럽게 바쁜 걸음으로 요가원으로 갔다. 

주차를 하고 6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 머물고 있던 요가원의 향 냄새 아로마 오일 냄새.. 밝은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채광 좋은 수련실엔 사람은 비어있어도 에너지는 꽉 차 있었다. 

방금 전까지 정신없이 산만하던 마음이 가라앉고 마치 다른 세상으로 순간 이동한 것처럼 차분해졌었다.


이곳에서의 기상시간은 6시.

8시까지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의 등원 준비를 한다. 

아직 바깥은 깜깜하고 고요하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양치를 하고 아이 방으로 가서 학교에 입고 갈 유니폼과 다른 옷들을 챙겨서 거실로 나온다. 

밤새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뜨끈한 라디에이터 위에 옷들을 올려놓는다. 

한 달 넘게 하고 있는 루틴이지만 아직 학교에 적응하고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옷을 데워놓는 이 단순한 작업(?)이 왠지 모르게 사소한 것 같지가 않다. 


처음 폴란드에 와서 아이는 현지인들에게 굉장한 거부감을 보였다. 

한국에서 익히 봐왔던 모습과는 다른 생김새와 언어 때문인지 아이는 현지인들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했으며 길을 가다가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려는 현지인을 보고 울면서 도망가던 일도 있었다. 

매일 아침 등원시간이 되어 아이를 깨우면 등원 거부와 함께 울음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달래며 보고 있는 나도 속이 타고 아이도 힘든 시간이었다. 

처음 등하원 때는 차가 없어서 유모차로 등하원 했는데 눈이 많이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은 정말 낭패였다. 

어른 걸음으로 15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을 아이와 함께 가면 25~30분 정도가 걸렸고 아직 낮잠을 자야 하는 아이는 하원할 때 거의 반 수면상태로 유모차에 올라타 기절하듯 쪽잠을 잤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학교에서 소변 실수를 두 번 연달아했고 그날 아이가 새로 배워온 단어는 Baby였다. 선생님이 바지에 쉬야하는 건 baby들이 하는 거라고 했다나..


그렇게 힘들게 적응기를 거치고 이제는 조금씩 현지인 거부증이 사라지는 듯하다. 

얼마 전 갔던 이케아에서 느닷없이 현지인에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주방놀이를 하며 제법 영어로 얘길 하려고 한다. 

그래.. 정작 학교에 가서 몸으로 부딪히며 적응하고 있는 건 내 아이이고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는가..

사회에 적응하고 세상을 살기 위해서 부단히 애쓰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응원하고 격려하고 다독이는 것 밖에..

쉽게 움직이지 않는 아이. 본인만의 관찰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나서야 움직이는 아이이다. 

그런 아이의 성향을 무시하고 빨리 적응하길 바라는 엄마의 욕심에 아이를 밀어붙이지 않았는가 반성하게 된다. 


옛날 어머니들이 새벽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기원했던 것처럼

등원하는 아이 옷을 따뜻하게 데우며 나도 기원한다. 


오늘도 근사한 하루가 되길...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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