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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라이온 Aug 28. 2023

사람은 가끔 너무 화가 나면 눈물밖에 안 나온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에 대한 회고록

형 인생 그딴 식으로 살지마… 우리 남은 학회 기간동안 어색하게 지내보자…


경영학회 회장단을 맡으면서 신입 기수를 뽑기 직전 동료 부회장 동생에게 받은 카톡이었다.

갑작스런 폭언의 배경에는 소통의 부재와 오해가 쌓여있었다. 서로 처음으로 학회라는 단체를 운영해보고, 전에 맡아본 적 없는 강도의 업무를 처리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힘든 상황이었던 만큼 서로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며 각자의 노력과 성장을 칭찬하면 잘 버텨냈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회장단 모두 처음 겪어보는 스트레스에 지쳐갔고, 알아서들 잘 하겠지 하며 점차 서로간 대화를 안 하게 됐다. 그러다가 업무적으로 소통하는데 있어서 의견 충돌이 있었고, 깔끔하게 타협이 안되자 부회장 친구가 먼저 터져버린 것이었다.

사실 저 말을 듣기 전에는 개인적으로 많이 바쁜 상황이었다. 오전에 과제를 급하게 제출했고, 오후 중에 머리를 깎고, 저녁 때 학회원들을 만나 다음날 신입 기수를 뽑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위의 폭언을 듣고 느낌 첫 감정은 ‘벙찜’이었다. 말 그대로 “방금 무슨 일이지? 난 왜 갑자기 저딴 소리를 듣고 앉아야 하는 거지” 하는 상황이었다.


일단은 당장 처리해야 할 상황이 많으니 어이는 없지만 부회장 친구가 왜 화가 났고, 어떤 점에서 내가 해소를 해줄 수 있는지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부회장 친구는 많이 화난 상태였고, 애초에 관계 개선을 할 생각이 없던 상황이었다.


일단은 있다가 보자 하고 개인적인 준비를 맞추려 했지만, 나만 일방적으로 욕을 듣고 앉아있고, 안 그래도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인데 같이 일해야 하는 동료가 나를 경시하는 상황을 다시금 마주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터져나왔다.

슬픔의 눈물보다는 분노의 눈물이었다. 괜히 나만 참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공격 당했으면 반격을 해야 하는데 나만 상대방 입장을 먼저 헤아리려 하는 생각이 들다 보니 그냥 너무 억울했다. 학회를 운영해야 하는 부회장이라는 친구가 저런 식으로 말해도 되는 건지, 나도 힘든데 이런 소리를 듣고 앉아있어야 하는지 등 오만 생각이 교차하면서 그저 눈물이 봇물 터지듯이 흘러내렸다.


얼마나 서글프게 울고 있었으면, 옆에서 게임하던 동생이 중도 포기를 하고 나를 위로해주러왔다. 형이라면 조금 더 멋있게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황도 멋있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당시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서럽게 울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그냥 동생의 어깨에 기대면서 눈물이 멈추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보통은 서로 말만 걸면 싸우는 동생도 흐느끼며 우는 형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묵묵히 내 슬픔을 달래줬다.

당일 저녁이 되서야 문제의 부회장과 다른 학회원들의 도움으로 서로 화해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그 친구와는 완벽히 비즈니스 관계 그 이상으로는 발전하지 못했고, 추악한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그 친구가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그만큼 당시의 사건은 내게 그 어느 때보다 나를 슬프고 힘들게 했던 순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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