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문장 소설 쓰기 4
엄마가 며칠째 잠을 잘 못 주무시고 밤새 거실을 서성일 때, 우리 밥 차려주고 정작 당신은 배부르다며 우리 먹는 것만 보고 있을 때, 짜증만 내지 말고, 혹시 걱정되는 게 있냐, 우울하냐고 물었어야 했어. 엄마가 십수 년 간 길렀던 머리를 싹둑 자르고 현관에 들어섰을 때, 웬일, 갑자기 안 가던 미용실에는 무슨 일로 다녀왔어, 비아냥 거리지 말고, 혹시 자살 생각하는 거야, 물었어야 했어. 엄마가 친구들에게 아끼던 액세서리를 나눠주고 안 쓰던 물건을 50리터 종량제 봉투 여러 개에 담아 버릴 때, 그러게 물건 쟁여두고 쓰지도 않더니 이게 더 낭비 아니냐고 잔소리하지 말고, 혹시 죽으려는 계획 세운 거냐고 물었어야 했어.
엄마가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걸 보며 한강에 몸을 던졌던 그날을 꿈꿀 때, 나는 엄마와 함께였는데 엄마에게 제발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할 수도, 못 뛰어내리게 엄마 앞을 막아설 수도 없었어. 매일 같이 엉엉 울고 모든 게 꿈일 거라 고개를 가로젓고, 엄마 표정 한 번 들여다보지 않은 나를 탓하고, 엄마의 죽음을 두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에게 악다구니를 써 봤지만, 그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어. 십 년이 지나도 나는 이따금 같은 꿈을 꾸고 어제 일 같이 생생한 고통과 슬픔에 몸부림치며 일어나.
다른 엄마들의 자살이라도 막아보자, 결심하고 보건소에서 하는 생명지킴이 교육을 수료한 날, 천사가 찾아와, 내가 가장 후회하는 순간에 딱 한 마디를 고쳐 말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지. 엄마 죽지 마, 사랑해 보다 더 효과적인 건, 엄마의 슬픈 눈동자를 마주하고 손을 잡아주며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어. 엄마가 그렇게 힘든 생각을 혼자 하고 있었구나, 이제는 내가 그 마음을 함께 알아줄게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지. 엄마가 홀로 우울과 싸우며 자신을 해치려고 결심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내가 꼭 엄마를 구해줄게.
*사진: Unsplash (Aron Visu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