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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위치 Jan 13. 2023

빵을 주고 차를 받았다

안부를 묻는 일

나는 표현형 인간이 아니다. 태생이 그런 건지 아님 교육발이 안 먹히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국민학교 입학날 교실에서 각자 일어나서 자기 이름을 말하는데, 나만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엄마가 뒤편에 있는지만 고개를 돌려 계속 확인했었다. 말수가 없고 숫기 없는 그런 아이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뻔뻔해졌다.

하지만 표현은 여전히 어렵다. 말로 표현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 모두 어려운 일이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은 더 어렵다. 공적인 자리에서 말할 때는 어김없이 염소 목소리가 난다. 목구멍에서부터 떨림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세바시에서 강연을 하는 사람을 보면 진정 멋있게 느껴진다.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야 할 때, 말로 표현하기가 수줍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슬쩍 내가 만든 빵을 내민다. 말없이 쓱- 건네도 상대방은 내 마음을 관통하여 찰떡같이 알아챈다. 그래서 더 고맙다. 때론 말보다 더 정확하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지난 11월에 코로나로 한주 아프고, 그다음 주까지 컨디션이 회복이 안되어 한주를 더 쉬었더니 2주가 훅하고 가버렸다. 코로나 그거 정말 아프더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바이러스 덕에 39도를 넘나들며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2주 뒤에 달이 바뀌고 나서 출석한 필라테스 수업에서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의 안부를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어디 아프신 건 아닌지 걱정했어요."

"코로나 걸려서 한참 아팠어요. 이제 겨우 기운이 나네요."


한해 한해 나이가 더해가면서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일, 안녕을 빌어주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습관처럼 하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라는 말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마치 건강, 행복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는 느낌이다.

그 말을 들으면 정말 말하는 대로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것 같다.

지난 연말, 필라테스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초코마들렌이랑 얼그레이 마들렌을 구워서 이쁜 상자에 담아서 드렸다.


홈베이킹 하면서 좋은 점은 선물 받는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만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다는 건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그다음 주 수업에 갔다. 통나무처럼 뻣뻣한 몸이지만 갈비뼈도 닫고 배꼽을 척추 가까이하며  눈치껏 몸을 움직였다. 한 시간 채운 후 집에 가려고 하는 그때, 선생님이 작은 물건을 내민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가족들하고 나눠먹었어요. "

"아유, 뭘 이런 걸 다.."

이런 상황에서도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좀 더 세련되게 말하고 싶은데.


빵을 주고 차를 받았다.

작은 쪽지와 함께.


선물은 주고받는 그 자체로도 좋지만, 상대방을 생각하고 고심하며 골랐을 그 시간과 마음까지도 포함하는 것이기에 더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나도 선생님의 안녕을 빌어본다.

"행복하고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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