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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나 Oct 29. 2023

02. 우리 엄마는요

평범하고 잔잔하게 살아왔던 사람

우리 엄마.

60 평생 큰 역경 없이 잔잔한 인생만 살아오던 사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때론 남들에게 부러움도 사고 행복한 노년만 남아있던 엄마였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었다. 퇴직 후 5년간의 삶이 너무 행복했다고.


공무원 정년 퇴직과 함께 게시된 엄마의 연금은 노년 생활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았고 엄마에게는 아주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에 엄마를 필요로 하는 곳에 출근을 하여 업무를 하며 직장 생활을 이어나갔다. 남는 시간에는 함께 퇴직한 분들과 모임을 즐기며 여가를 보내기도 했고, 시집간 딸이 워킹맘으로 사느라 바쁠 테니 각종 반찬과 식재료를 챙겨 서울로 보내주는 일에 재미를 더했다.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주변을 더 돌아보며 챙기기도 했고, 권사님이었던 엄마는 교회 일에도 앞장서며 기쁜 마음으로 많은 봉사를 도맡아 했다.


엄마의 유일한 걱정이라면 알아서 잘 커준 아들이 아직미혼이라 가정을 꾸리지 않은 것,  그게 엄마의 한 가지 남은 숙제였다면 모를까.


아침, 저녁으로 딸이자 친구 같은 나와 통화를 하며 일상을 나누었고 건강하게 잘 커주는 손주 소식도 매일 전해 들으며 손주 사랑 또한 엄마의 인생 한 부분을 채웠다. 살갑진 않아도 크게 속 썪이지 않는 남편도 아직 건강히 옆에 있었고.


2021년 봄, 팬데믹과 함께 찾아온 주식과 코인이 광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불과 2년 전.

출근길 버스에서 맨 뒷자리에 탄 내가 볼 때 모두의 핸드폰은 코인 거래 창이 켜져 있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생전 관심 없던 나까지 업비트 앱을 설치하고 가입했을 때였으니까.


그런 주식, 코인 광풍이 불기 직전, 엄마가 이상한 재테크를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친정에 내려간 어느 주말 엄마와 산책을 하는데 어떤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투자금의 300%를 매일 일정 금액으로 나눠서 지급을 해준다는 것.

대충 들어도 의심밖에 안 드는 이상한 투자였기에 엄마한테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냐 되물었더니 엄마가 지금 그 투자금을 받고 있고 이미 투자한 원금은 다 돌려받아 추가금을 받고 있다며 좋아했다.


이때 내가 팔짝 뛰며 당장 엄마의 휴대폰을 뒤져 모든 것을 되돌려 놓았어야 했는데 무심했던 나는 투자 원금을 다 되돌려 받았다는 엄마의 말에 안도를 하고 돌아왔다.


그로부터 한 3개월 후, 뉴스에 온통 코인 뉴스 밖에 올라오지 않던 5월, 계절의 여왕인 그 시기에 우리 엄마의 생일도 있던 그 좋은 봄 날, 엄마의 사기 피해 사실을알게 됐다. 내가 무관심했던 그 사이, 엄마는 기존 투자금을 재투자했고, 그것도 모자라 엄마가 갖고 있던 현금성 재산과 가까운 지인과 고모한테 까지 소개를 해가며 다단계 투자에 과감히 가담을 한 것이었다.


나중에 알았다. 우리 엄마가 정말 무지한 사람이었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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