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미국에 오랍니다

#1

by 이다

미국.

나에겐 평생 갈 일이 없는 나라.

그저 아침에 일어나 간밤 미국시장을 확인할 때만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는 미지의 나라.

곧 그곳에 간다. LA로.

어쩌다 나는 미국에 가게 되었을까.


올해 만 70세가 된 내 엄마는 임영웅 덕후다.

죽을뻔한 엄마를 살려준 그에게 남은 인생, 충성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서 하는 공연은 작년 한 해 전국을 돌며 다 봐왔고, 올 초 미국 LA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던 그녀다.


but 언감생심, 미국까지 따라가서 임영웅을 볼 수는 없지 않나.

뭐, 돈도 많이 들고 말이다.


"지후랑 너랑 나랑 셋이 가자"

"에휴, 됐어. 애를 데리고 어떻게 미국 콘서트를 보러 가"

심심치 않게 이런 대화를 얼마간 해왔던 우리다.


천방지축 애를 끌고 엄마를 모시고 난생처음 미국에, 그것도 콘서트장에. 생각만 해도 NO가 절로 나왔다.






이런 상황을 급반전 시킨 인물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님 내 여동생 일명 '뚱'이다.

주말이라 엄마집에 미리 와있던 뚱이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야, 미국 가자, 엄마 집에 올 때 여권 가져와"

"엥. 또 그 소리야. 미국은 무슨 미국"

"야, 가자. 이미 예약해 놨어. 엄마랑 너랑 나, 셋이 가는 거야."


얼토당토않은 소리라고 여기면서도 나의 손은 어느새,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을지도 모를 여권을 주섬주섬 찾고 있었다.


부랴부랴 여권을 찾아 엄마 집에 도착하니, 뚱이는 이미 여행사와 통화 중이었다. 그동안 영웅시대 팬카페에선 알음알음 소수정원으로 여행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이번엔 임영웅을 못 본다고 생각하던 엄마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몇 자리 안 남은 상황에서 기적같이 예약이 되었다. 예약마감. 총인원은 51명.


"그런데 애들은 어떻게 하고?"

"티켓은? 이미 예매 다 끝났어."


뚱이는 올해 11세, 9세 아들을 둔 엄마고 난 11세 아들을 둔 엄마다.


"애들은 오빠가 휴가 내고 봐주기로 했어"

"제부가 일주일 동안 애들을 봐준다고?"

"티켓은 친구한테 연락해서 이미 다 구해놨어"


빠르기도 빠르다. 뚱이의 친구도 임영웅 덕후다. 팬카페에서 아주 유명한 닉네임을 가진 그녀였다.

그녀가 가려고 예매해 둔 표를 스케줄이 안 맞아 엄마에게 양도한단다.

어쩜 이렇게 기가 막힌 타이밍이 있을 수 있을까.

미국에 가라는 거구나. 알았어 갈게. 이렇게 일사천리로 가만히 앉아서 미국에 가게 되다니.

게다가 여행비는 통 큰 엄마가 다 쏜단다. oh my god! 영어가 절로 나왔다.


애들을 맡아 줄 사람이 있다고 확인된 순간, 우리는 마음 편히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여권은 신혼여행 이후로 만료가 되어 있었고, 코로나로 여행과는 담쌓고 살던 우리는 여권 갱신부터 해야 했다. 그래 가자. LA! 여권사진 먼저 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