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만난 영웅시대

#2

by 이다

여행을 기다리는 내내 공항에서의 모습을 상상했다.

저기 멀리 아쿠아블루 그녀들이 모여있는 모습.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의 컬러는 아쿠아블루다.

숱하게 많이 봐왔던 그 컬러로 쭉쭉 빼입은 한 무리를 만나는 요란한 상상.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뜨거워지고 웃음이 나왔다.


여행의 준비는 별 것이 없었다. 코로나 백신을 2차 이상 맞았다는 예방접종증명서와 비자만 발급받으면 끝이었다. 그리고 여권. 코로나가 정말 끝물이긴 했다.


이틀먼저 뚱이네 집에 가 있기로 했다.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아침 집합 시간에 맞추기 수월했고 아이들을 혼자 돌봐야 하는 제부와 며칠이라도 같이 하기 위해서였다.






예상은 했었지만 엄마의 가방은 컸다. 반면 나의 가방은 작은 캐리어 하나였다. 그리고 에코백 하나. 정말 아무것도 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로망을 실현시켜 준 나의 가방. 그러나 여행에서 내가 끌어야 하는 가방은 엄마의 가방이다. 암 그렇고 말고, 돈은 안 냈지만 나는 엄연한 효도관광 지팡이다. 다리가 아픈 엄마를 위해 무거운 짐은 내가 다 들어야 한다.


"엄마, LA는 봄, 가을 날씨래. 내복이랑 두꺼운 옷은 두고가"


엄마의 가방을 점검하니, 화장품을 비롯해 약, 각종 파우치, 응원용품, 사계절 옷을 다 챙겨 왔다.

겨울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무래도 날씨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많아.

그러나 어쩌겠나. 엉덩이를 두드려야 하는 마사지 방망이까지 챙겨든 엄마에게 양보란 없다.

네네. 짐꾼인 나는 그저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드디어 떠나는 날 아침, 이틀 동안 지들끼리 신나게 놀던 아이들이 인사를 한다. 잘 다녀오라며 뭐가 그리 신났는지 낄낄거린다. 참 걱정된다. 제부는 남자아이 셋을 어찌 볼 것이며, 지후는 이를 잘 닦을 수 있을까. 엄마의 점검이 없으면 이를 대충 닦아 앞니에 크림이 끼는 아이인데, 응가는 제대로 닦을 수 있으려나, 떠나려니 아이가 걱정되었다. 걱정은 걱정일 뿐 어쩔 수 없다. 잘 살아남아라 지후야.


"엄마 잘 다녀올게. 이모부 말씀 잘 듣고 매일 책 읽어야 해"


과연 할까, 모르겠다, 너도 이 참에 4학년 올라가기 전, 즐거운 추억 만들렴. 같이 가고 싶지만 미안해.


"제부, 수고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우리는 드디어 공항버스에 올랐다.

여행은 이때가 가장 신난다. 떠나는 첫 발자국.

이미 집 나온 지 이틀째였지만, 우리의 여행은 공항버스와 함께 시작되었다.


"나, 너무 웃음이 나와. 영웅시대 아줌마들을 만날 생각에. 우리 이 여행 가는 거, 너무 웃기지 않니?"






오전 10시 30분.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사 미팅장소인 A구역으로 간다. 이때부터 나는 두 개의 캐리어를 끌었다.

커다란 엄마 캐리어, 말도 안 되게 작은 나의 캐리어. 짐꾼인 나는 이 순간부터 효녀 딸이 된다.


상상만 하던 미팅장소에 도착했다. 생각만큼 많은 분들이 모여있지는 않았지만 삼삼오오 영웅시대분들이 캐리어를 끌고 오기 시작했다. 가끔 아쿠아 블루가 눈에 띄었다.


"ㅋㅋㅋ 상상이 현실이 됐어."

뚱이와 눈 맞춤을 하며 웃었다.


한국부터 인솔하는 점잖은 가이드가 한 사람씩 호명을 했다.


"이미자 님, 강복희 님...." 처음 호명부터 트롯가수 이미자였다.

"ㅋㅋㅋ"


비자서류를 나눠주고 출국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대충 둘러보니 평균연령은 음 6,70대다. 가끔 살짝 젊은 언니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뚱이와 나는 젊은, 아니 어린 편에 속했다. 서둘러 서류를 챙겨 들고 출국수속을 했다.


아직은 영웅시대의 무리에 끼고 싶지 않아. 빨리 출국장으로 들어가자! 쇼핑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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