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우무빙 Apr 11. 2023

시작하는 너에게

걱정하지 말고, 핑계도 대지 말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닥쳐올지도 모르는... 그러니까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걱정하느라 시작  못한 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봐.

그것뿐이야? 뭘 좀 하려고 하면 널 붙드는 이유가 4만5천7백개하고도 더 많지.

그런데 말이야. 그게 핑계일 때가 참 많더라고.


자. 얘기 들어봐.









1. "주말에 애들이랑 같이 보내야 하는데 내가 공부한다고 나가면 어떻해."


애들이랑 주말에 매번 그렇게 외출했어? 집 나가서 좋은 거 보고, 먹고, 체험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한 거야? 애들이랑 어쩌다 한번 나가는 거잖아. 그건 계속할 수 있잖아. 

자자. 주말에 애들 집에서 쉴 때 이 잘 보내야 할 것 같아서 그래? 그거 평일에 해. 평일에 잘 보내라고. 맨날 숙제해라. 공부해라 얘기만 하지 말고. 리고 솔직히 둘이서 잘 놀잖아. 요즘은 네가 같이 놀아주지 않았잖아. 

물론 네가 애들이랑 얘기하는 거 좋아하는 건 잘 알아.


2. "남편한테 주말에 애들만 온전히 맡기기 좀 미안해서."


뭐? 나 일단 좀 웃을게. 너 이렇게 배우는 거 아니어도 주말에 친구들 만나러 잘 나가잖아.

다음 주에도 옛 직장 동료들 만나러 종로 간다며. 소고기 구우러 간다며.

편이랑 애들 집에 두고 나가서 너 혼자 맛있는 거 잘 먹고 잘 놀러 다니잖아.

(이러니까 좀 나쁜 사람 같네.)


3. "교육비가 너무 비싸. 지금 우리 형편에 없는 돈 끌어다 이렇게 써도 될까."


 이건 좀 고민해 볼 문제 이긴 해. 없는 돈을 끌어다가 쓴다. 이거지? 그렇다면 꼭 필요한 일인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야. 만약에 맞다면 돈 쓰는 거야. 쓰면서 배우는 거야. 

없어도 되는 돈 아니고 부담되는 돈을 투자했으면 아주 잘 배울 생각, 아주 열심히 공부할 생각만 해. 그게 먼저야. 돈은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지만 기회는 그렇지 않더라. 안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거야.


4. "근데 말이야.. 이 교육이 무려 6개월 동안해. 많이 길지?"  


 오. 정말 기네? 그런데 말이야. 대학원 가면 기본 2년인데 그것보다는 짧잖아. 이렇게 비교할 건 아닌가. 어쨌든 6개월 동안 매일매일 가는 것도 아니고 좀 편히 생각해 보는 건 어때?








고민에 고민.

그랬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도 없이 고민했다. 배우고 싶은데 통장에는 잔고가 없었다. 2주에 한 번씩 일요일에 영종도에 있는 요가원에 가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4월부터 시작되는 키즈요가 수업들, 요가원과 문화센터 수업, 요즘 너무 좋아하는 독서모임, 블로그 글쓰기와 나의 브런치, 하려고 계획했던 또 다른 일 등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일과 아이들 학습에 관한 교육을 잘 시켜주고 싶은 마음, 나의 무너진 신앙생활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들 사이에서 미치게 고민했다. 이것뿐이랴.


고맙게도 남편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일을 막은 적이 없다. 고마워.


그냥. 시작.

먼저 100만 원을 입금했다. 100만 원은 교육비의 일부다. 돈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 나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거다.


걱정하지도 말고, 핑계 대지도 말고 그냥 하자.

시작하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시작했다.


이번 배움이 나에게 어떻게 와닿을지 설렌다.

편안한 옷을 입고, 빨강 필통에 색 볼펜도 채우고 집을 나섰다.


영종도로 향하는 발걸음이 새털같이 가볍다.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

<은유 작가 - 쓰기의 말들>


매거진의 이전글 예술로 한 바퀴 만남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