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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무빙 Jun 28. 2023

이 벌레 같은.

등짝아픔

기운에 눈이 떠졌다. 온몸을 감싸는 차가운 기운이 어깨를 움츠리게 만고 승모근을 쫙 조였다 놓게 만들었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눈앞에 펼쳐진 하얀 벽. 어? 바로 움직이기 어려운 등짝의 뻣뻣함. 대자로 뻗어있는데 팔과 다리에는 힘이 없다. 꿈인가? 뭐지?


1초, 2초, 3초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등이 아파서) 팔, 다리가  무거운 솜처럼 축 늘어져 있었으나 사실 무겁지는 않고 없는 것처럼 가벼웠다. 그냥 없음. 지금 몇 시지? 생각하며 고개를 천천히 이쪽저쪽 돌려보았다. 아 뻑뻑해.

내 어깨, 내 등짝.


우리 집 거실이다. 겨우 몸을 일으켜 시계를 바라보니 새벽 5시 30분이다.

밤새 여기서 잤구나.


얼른 침실로 들어가 따뜻한 이불속에 몸을 파묻으며 피식 웃어버렸다. 웃음이 났다.



세상에 아침에 눈을 뜬 내 모습이 마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 그레고르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어느 날 아침 벌레가 된 채 잠에서 깬 그레고르의  벌렁 자빠져있는 모습. 움직이기 힘든 상태. 그의 배는 활모양의 각질로 나뉜 불룩한 갈색이었지만 내 배는 여전히 몰캉몰캉 하얀 배이고, 그는 6개의 가는 다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행히 내 팔다리는 멀쩡이 붙어 있었다.









잠자기 전 요가 매트에 누워 복부 마사지를 한다. 좋아하는 시간이다.  밤 12시 30분쯤 너무 잠이 와서 매트에 몸을 뉘이고 배에 복부 마사지 도구를 두고 살살 굴렸다. '아... 오늘 아프네..' 요리 저리 움직이다 너무 잠이 와서 옆에 내려두었다. 두 달 넘게 해오고 있다. 가끔 이 도구를 배 위에 올려두고 잠이 들어 무거워서 깬 적도 있다. 두어 번 경험을 하고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꼭 내려두고 방에 가서 잠을 잔다. 그런데.. 그런데 놓기는 했는데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잠든 것이다. 피곤했다. 정말 피곤했나 보다. 뒤척임도 없이 대자로 누워 잠을 자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에서 드는 새벽의 찬공기에 추워서 눈을 떴으니 말이다.









독서모임을 한다. 이번에 함께 읽고 나누는 책이 바로  카프카의 <변신>이다. 모임을 앞두고 어젯밤에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다. 발제문을 곱씹으며 읽었던 내용을 다시 보기도 하고 생각하며 정리를 했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와 그의 가족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한참을 보냈다. 상상하게 되고, 그가 그리고 그녀가 되어보기도 했다.


열린 창으로 들어온 새벽의 찬 공기 속 거실 요가 매트 위에서 뒤집어진 벌레처럼 벌렁 누운 채로 잠에서 깨어난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레고르를 안아주고 싶다.


*독서모임 기대된다. 글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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