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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 좋아해요?

by 김혜민 Mar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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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준비로 정신없던 2월 말 생각나는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엄마. 도와줘.”     



평소 부탁이란 것을 잘하지 않는 딸이, 흘려보내는 메시지를 단박에 알아들은 엄마는 다음날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셨다. 매년 돌아오는 새 학기임에도, 매년 맞이하는 3월은 새롭고 긴장된다. 똑같은 필통과 알림장임에도 가방에 넣는 일이, 해를 거듭할수록 묵직하다. 그럼에도 일정 시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소리는 눈치 없이 울리는 뱃소리, 꼬르륵이다.     


오전 아이들 등교를 시키고 정신없던 사이, 엄마는 운동을 다녀오시겠다며 익숙지 않은 동네를 나다. 아이들이 모두 학교와 유치원으로 가고 나서야, 집안은 기분 좋은 적막함이 흘렸다. 그러나 여전히 엄마는 오시지 않았고 길을 잃었을까 싶어 서둘러 전화를 엄마에게 걸었다.     


“길 잃기는. 이 동네 이름만 서울이지, 내가 사는 동네랑 다를 게 없네.”라며 우리의 숲세권을 에둘러 표현하신 우리 엄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엄마가 오셨다. 한눈에 보아도 묵직한 초록 봉투에 무언가 가득하다. 엄마의 손에 있던 봉투를 이어받아 식탁으로 옮기고 봉투를 열었다.     

넓게 누운 듯 연둣빛 색을 감싼 무언가를 집어 들고 엄마에게 물었다.


“이거 뭐 하려고?”

“요즘 봄동이 얼마나 맛있는데! 안 먹어봤으면 말을 말아.”     


투박하게 툭툭 끊겨 뜯기는 그 무언가는 상추와 달리, 단면이 거칠다. 그리고 유독 그 뿌리에 까끌까끌한 흙이 매끄럽지 않게 매달려 있음이 신경이 쓰였다.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뻑뻑 소리가 날 때까지 씻을 때 엄마가 살며시 와 말했다.


“유난이다. 유난. 아점 간단히 먹자! 괜찮지?”     

아이들이 모두 등원한 10시, 엄마와 마주 보고 식탁에 앉았다.



흰쌀밥,

깨끗이 씻은 봄동,

그리고 채소를 가득 채워 만든 엄마표 쌈장.     


봄동 하나를 손바닥에 놓고 쌀밥을 올려 쌈장을 살짝 곁들었다. 잘 접히지도 않던 그 덩어리를 강제로 접어 입 안으로 넣었고 이내 두 볼을 가득 채웠다. 엄마와 난, 마주 보고 투박하게 우걱우걱 씹었다. 그러다 웃음이 터졌다.     


“진짜 못생겼네.”

“엄마랑 똑같이 생겼거든.”     






엄마가 산책을 다녀오시던 날, 장바구니를 발견하고 아이처럼 신나 달려가 이어받았다. 그러나 거리에서나 볼 법한 형색이 이쁘지 않은 초록빛을 가진 봄동을 발견하고 다시 식탁에 놓고 소파로 돌아왔다. 엄마의 기대하라는 평에도,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엄마와 마주 보고 앉은 식탁, 단출히 놓인 봄동을 보고 당황스러웠지만 엄마의 행동을 보고 따 입안을 채웠다.



거친 단면이 혀에 닿 턱에 힘을 줘 그것들을 부드럽게 하는 것에 애쓰던 순간, 시원한 아삭 거림과 소소한 단맛이 입안을 장악했다. 거기에 곁들여진 엄마 쌈장 속 양파와 청양고추는 침샘을 자극해 저절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그 자리에 앉아, 봄동 두 덩어리를 해치웠다. 그리고 배를 통통 두드리며 운동을 나섰다.      





새 학기를 앞둔 마음이 정신없던 오늘, 우연히 마트에서 봄동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한 움큼 들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했다.


깨끗이 씻은 봄동 한 바구니

양파와 청양고추를 가위로 투박하게 잘라 집에 있는 장을 섞어 만든 쌈장


겨울을 이겨내고 단단하게 자란 봄동이, 별미 쌈장과 만나 입안을 풍요롭게 한다. 아직 엄마 맛을 따라가긴 버겁지만, 오늘 이렇게 흉내를 내어본다.


그 따스함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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