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살 시후예요. 친구와 놀고 싶은데, 노는 방법을 잘 몰라요. 교구장 위에 오르면 운동장이 잘 보이는데 올라가면 안 된대요. 선생님 이야기보다 불도저 장난감이 좋아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어려워요. 그래서 시후는 속상해요.
다람쥐가 좋아하는 도토리 찾으러 산에 가요. 엄마가 이제는 다른 유치원을 가자고 해요. 그런데 엄마 눈이 슬퍼요. 왜? 모르겠어요. 그렁그렁 엄마 눈에 비가 와요. 도토리를 꼭 쥔 주먹으로 쓱 닦아요. 도토리는 소중하니깐요.
새로운 유치원을 갔어요. 이쁜 선생님이 나를 보고 웃어요. 나도 웃어요. 그러자 엄마도 웃어요. 마들유치원은 기타 연주처럼 아름다워요.
원장님 무릎에 앉아요. 따뜻하게 안아줘요. 교실로 가야 해서 일어났지만 가기 싫어요. 옆에 있는 원감선생님 손을 잡고 도망가요. 교무실을 한 바퀴 산책을 해요. 오물오물 초코칩 과자는 맛있어요. 코끼리 이모가 있어요. 내게 인사를 해요. 나도 인사해요. ‘이모 안녕.’ 결국 덕주선생님 손잡고 해 1반 교실로 가요. ‘시후 집 가고 싶어요.’
나는 박소연선생님이 좋아요. 선생님이 동생반 가는 거 싫어요. 그런데 가야 한대요. 나는 삐져서 강은혜선생님한테 가요. 선생님한테 기대어 있으면 좋아요. 엄마가 이제 유치원을 못 간대요. 그래서 조금 슬퍼요.
선생님, 시후 없어도 괜찮아요? 시후가 학교 가도 마들유치원 놀러 갈게요.
오색빛 찬란한 세상 속에, 혼자가 편한 아이였다. 다른 누군가와 주고받음이 무섭고 두려워, ‘혼자 놀 거야’라는 방패를 앞세웠다. 그런데 즐겁지 않다. 그 순간 당신은 따뜻함을 건넨다.
그 마음에 둘 사이, 미지근한 온기가 차오른다. 점점 올라가는 온도로, 따뜻함이 퍼질 때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린 뜨거워졌다.
이젠 친구에게 건네는 장난감의 무게는 가볍고,
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던 두 글자 ‘안녕’이란 인사는 불쑥 나온다.
힘든 과제였던 눈 맞춤을, 먼저 보내기도 한다.
아이는 조금씩 관계 형성의 재미를 알아간다.
고립된 꼬마가 독립된 시후로 이끌어준 당신. 그대의 진심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젠.
밝은 목소리로 맞이해 줄 당신이 없다는 사실에. 투덜거릴 때 ‘선생님이랑 놀자’하며 전환시켜 줄 당신이 없다는 사실에. 엄마가 게임을 안 줄 때 카톡으로 하소연할 당신이 없다는 사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