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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31. 2023

12화. 제주도

짜릿한 2박 3일, 지독한 15박 16일


“가니 타고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가고 싶어요.”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제주한라수련원’을 예약했다. 2박 3일. 단돈 3만 원. 

경찰이 되고 받은 최고의 혜택이다. 런데 어쩌면 수련원이 안 됐다면, 우린 제주도를 을까.(스크루지 Mr. 박에게 묻는다.)     



오롯이 아이를 위한, 시후·시율 투어’를 계획한다.

제주행이 결정되고 우리는 신이 났지만, 선생님은 슬픈 눈으로 반기지 못다.

“아. 우리 시후 제주도 가는 거예요? 그래도 시후가 실컷 즐기다 오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첫 제주 여행이 시작됐다.

전날, 제주도 가서 하고 싶은 것을 일기로 남겼다.

그 일기에 설렘을 꾹꾹 새긴다.


출발 전 써내려간 일기





드디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넘실넘실 행복함이 입가에 출렁인다. 

굉음의 엔진소리도 귀를  막고 시시 미소 짓는다. 제주도 가길 잘했다. 

 흐뭇한 모습이 5분 지났을까.

“제주도 도착했어? 내릴 거야.

"우리 마음대로 내릴 수 없어."

어르고 달래느라 하늘 한번 여유롭게 보지 못했다.

     


후율투어, 제주 여행 관전포인트 3가지.


첫 번째, 여기가 제주도인지, 동물원인지.

 머나먼 제주까지 가서 동물에 집중한다. 먹이고 쓰다듬고 챙겨주고. 동안 부지런히 다녔음에도 그 갈증이 아직 채워지지 않는 듯했다.

돼지에게 소에게 건네주는 즐거움에,

초승달 모양의 두 눈과 광대까지 올라간 입고리로 얼굴에 핑크빛 하트가 그려진다.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두 번째, 사려니숲길.
선생님께 건넨 목걸이와 편지

길게 뻗은 나무,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진한 향에 가벼운 머리와 맑은 눈는다. 게 숨을 쉰다. 살아있는 느낌, 난 이런 곳이 좋다.

아빠 가슴팍까지 커버린 아이 뒷모습에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고 소중하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니 몇몇 사람들이 모여있다.

조그마한 나무조각 그리고 알록달록 채색용품들. 우리는 그곳에서 지금 머릿속 떠오르는 것들을 기록한다. 잠시 후 멋진 작품이 완성된다.

"누구 줄 거야? 엄마지?" 

"아니!"



마지막, 학수고대하던 귤 따기 시간.

생각보다 순식간에 채워지는 바구니 속도에 쫓아가며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큰 거 따. 큰 거."

시율이는 따는 재미에, 시후는 먹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갓 나무에서 꺾어 내린 새콤달콤한 맛에 쉽사리 자리를 뜨질 못했다.

서울로 가는 길, 짐을 늘릴 수 없다는 생각에 남긴 귤을 나눠드리고 오자고 제안했다.

시후의 대답에 캐리어 안, 깊숙이 집어넣는다.


“박소연선생님 줄 거야.”

제주도로 출발하기 전에도, 제주에서도.

나는 너와 함께인데, 너의 마음속엔 선생님이 가득다.






우리 행 목적은 하나다. 체험에 의한 습득. 

1순위는 감각이었고, 후순위는 자연히 따라 올 인지적 습득(상황인지, 학습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타인과의 섞임이었다.


시후가 어릴 때 많은 체험 제공지 못했다.

그 부분에 대한 갈증이었을까.

4살, 시후가 30개월쯤부터 부지런히 다녔다.

주말, 특히 날씨가 좋은 날, 집에 있는 것은 죄였다.

아이와 갈만한 곳, 체험할 수 있는 곳 등 부단한

노력이 시작된 시기는 그때부터였다.

감사히도, 그 부분은 남편과 눈빛만으로 통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자연을 벗 삼는 곳은 최고의 장소였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곳은 금상첨화였다.

사실, 조금 편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가 한몫했다. 인파가 줄은 주말 나들이여유를 품었기에 더 자유로웠다.






여행 중에도 선생님은 잊지 않고 전화를 주셨다.


“어머님, 드디어 하늘을 나셨다면서요?”

“네! 날았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조금 이상해요. 어디 아프세요?”

“아 패러글라이딩할 때 너무 소리를 질러서 그런가 봐요. 건강합니다.”     


그런 줄 알았다.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은 거 외에 아무 증상이 없었다. 

다음날, 키트에 빨간 두줄이 쫙. 격리시작입니다.


2박 3일 제주도 여행15박 16일 결석을 선물해 주었다. 짜릿한 버킷리스트를 지독한 릴레이 격리로 은 만큼 가족애는 활활 불타올랐다.


잊지 못할 4월 20일, 드디어 유치원을 다.


유치원 너무 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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