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배달되었다. 황금빛을 머금은 알은 깊은 잠에 빠진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엄마가 알 아랫부분에 전기 코드를 꽂고 설명서를 읽기 시작했다. 혁이는 알 주위를 빙빙 돌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알아~ 알아~ 둥근 알아~ 어서어서 깨어나라~.”
얼마나 기다렸던 동생이던가! 옆집 쌍둥이가 이유 없이 싸움을 걸 때도, 축구부에 끼워 주지 않아 덩그러니 구경만 할 때도, 엄마 아빠가 외출한 밤에 혼자 집을 지켜야 할 때도……. M사의 ‘복제 가족 프로젝트’에 선정되었을 때, 혁이는 너무 좋아 지붕을 뚫고 날아갈 뻔했다.
그때 엄마는 주문서에 요구사항을 꼼꼼히 적으며 말했다.
“혁이보다 한 살 적은 열한 살. 피부도 좀 더 뽀얗게. 그리고 반지르르한 검은 머리칼. 아이큐도 살짝 높여서 150 정도. 형보다 너무 똑똑해도 힘들지.”
아빠도 덧붙였다.
“사리분별도 잘해야지. 혁이처럼 너무 착해도 …… .”
그러다 아빠가 아차 싶었는지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여보, 애가 좀 부족하고 그래야 애답지.”
“뭐래요? 갑자기 참! 혁이 너는 뭐 요구사항 없어?”
엄마의 질문에 혁이는 손목컴을 톡톡 두드려 적어 둔 메모를 보였다.
―주먹이 셀 것, 축구를 잘할 것, 형의 말에 무조건 복종할 것.
“에효, 너는 어찌 졸병 주문하는 것 같다? 어쨌든, 다들 앞으로 잘해.”
엄마가 주문서에 사인했다. 혁이와 아빠도 전자펜으로 이름을 꾹꾹 눌러 적었다.
알은 조금씩 흔들리더니 마침내 금이 가기 시작했다. 툭툭, 껍데기가 갈라져 바닥으로 떨어지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꼼짝하지 않았다.
“어서어서 일어나렴. 네 이름은 김준이란다!”
엄마가 이름을 들먹이자, 스위치를 켠 듯 아이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준이는 다 자란 동생으로 혁이네 집에 왔다.
“혁아! 준아! 빨리 나와. 학교 늦어.”
엄마의 고함이 집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벌컥, 방문이 열리고 준이가 거실로 나왔다. 툭 튀어나온 이마 밑으로 깊고 푸른 눈이 반짝였다. 엄마는 활짝 웃으며 무지갯빛 알약을 접시에 담아 내놓았다. 무지갯빛 알약은 생선 맛과 냄새를 담은 것으로 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준이가 알약을 씹는 사이 엄마가 혁이 방문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혁아! 뭘 그리 꾸물거려? 동생은 벌써 준비 끝냈는데.”
마침 방문을 열려던 혁이는 손잡이를 놓고 의자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