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재생공장으로 보낸 건 바로 그 사람들이야.”
혁이는 숨이 턱 막혔다. 그때 준이가 혁이의 어깨를 흔들었다.
“형, 어떻게 들어왔어? 그 이름표는 뭐야?”
“모, 몰라. 일단 내려!”
혁이는 준이를 잡아끌고 고객 배송 트럭으로 달려갔다. 준이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대답할 틈이 없었다.
고객 배송 트럭은 M사를 빠져나와 시내로 달렸다. 캄캄한 짐칸엔 상자 흔들리는 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렸다. 혁이는 준이를 잡은 손에 힘을 꼭 주었다. 잠시라도 손을 놓으면 영영 준이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얼마쯤 가자, 트럭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것이 느껴졌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짐칸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곤 지나가는 자기부상열차에 아슬아슬하게 올라탔다. 열차가 가속을 줄이고 정상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자, 혁이는 숨을 몰아쉬고 열차 노선도를 올려다보았다.
→◎드론 월드→◎복제 동물원→◎종점:M 사재 활용공장
‘M 사재 활용공장’이란 글씨가 점점 커지더니 혁이의 눈에 가득 찼다.
창밖을 보고 있던 준이가 천천히 혁이를 돌아보았다.
“형도 몰랐어?”
“…….”
그제야 혁이는 가슴에 붙은 이름표를 북 뜯어냈다. 그때 준이가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형, 그동안 나를 진짜 동생으로 생각했어?”
“으응?”
혁이는 목이 메었다. 오늘 아침 반품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화가 나서 그런 거지 진짜는 아니었다. 그리고 준이가 없어진 것을 알았을 때 동생을 잃을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준이야, 넌 내 동생이야! 얄미운 적은 있어도 분명히 내 동생이라고. 너도 그랬지?”
준이가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형, 난 재생공장 같은 건 싫어. 우리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
혁이는 와락 준이를 껴안았다. 지금처럼 동생이 든든하고 소중한 적은 없었다. 자기부상열차는 계속 달렸다. 드론 월드를 지나고 복제 동물원을 지나 점점 더 빨리. 혁이의 손목컴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삐릭삐릭.”
엄마의 전화였다. 혁이가 응답 버튼을 누르려 하자 준이가 손을 낚아챘다.
“안 돼! 엄마가 우리를 버리면? 반품하면?”
“그럴 리 없어. 우린 가족이잖아!”
혁이는 준이의 손을 밀어내고 응답 버튼을 눌렀다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혁아, 어디야? 준이랑 같이 있어?"
"예, M사에 갔었어요. 우리 둘 다."
"******."
우우우웅, 자기부상열차 소리가 세사람을 감싸고 있는 정적을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