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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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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금 Apr 05. 2023

< AI 마스크 >

2장


 “좋아! 반품은 안 된다고 했다?


"넵, 그런 일 절대 없을 테니까 걱정 붙들어메세요!"


"오우 케이, 먼저 얼굴부터 스캔하고."


 품에서 손가락만 한 카메라를 꺼낸 남자는 요나의 얼굴을 찍었다. 그러곤 연신 빙글거리며 AI마스크를 건넸다.


 “가면 쓰기 전에 원하는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거 잊지 마라.”


 “예, 집에 가서 생각 좀 해 보고 쓸 거예요.”


 “그러든지.”


 남자는 휙 돌아서서 빗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AI마스크를 품에 꼭 안은 요나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이지않자 종종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탁타닥탁탁"

    요나는 밤새 인터넷을 뒤져 걸 그룹의 눈, 코, 입을 분석했다. 평소에는 다 예뻐 보였는데 갑자기 정하려니 이것저것 눈에 거슬렸다. 그러다 동이 틀 즈음에야 걸 그룹 ‘나나’의 카페에서 만족스러운 얼굴을 찾아냈다. 쌍꺼풀이 짙은 눈, 오뚝한 콧날, 작고 도톰한 입술, 피자 조각처럼 뾰족한 턱……. 나나 멤버의 얼굴 중 최고 부위만 모아 완성한 얼굴이었다. 요나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찾아낸 얼굴을 꼼꼼히 머릿속에 새긴 뒤, AI 마스크를 천천히 얼굴로 가져갔다.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했다.


 “거울아, 거울아!”


 요나는 조심조심 일어나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꺄악! 위치가 제각각이던 눈 코 입은 그린 듯이 자리를 잡았고, 툭 튀어나온 광대뼈는 있는 듯 없는 듯, 갸름해진 턱선은 삼각자와도 견줄 만했다.


 ‘열두 평생 이렇게 완벽한 얼굴을 처음이야! 차해미, 너 두고봐!


 요나는 얼굴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두어달 전이었. 짝사랑 태현이가 요나의 가슴에 기름을 부었다. 복도에서 차해미에게 이렇게 속삭인 것이다.


 “네 눈 진짜 크고 예쁘다. 다이아몬드 같아!”


 그날 요나는 용돈을 몽땅 털어 화장품을 샀다. 파란 아이섀도, 짙은 마스카라, 볼 터치……. 그러곤 튜브 동영상을 틀어 놓고 화장 연습에 매달렸다. 하지만 찢어진 눈을 줄일 수는 없었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를 깎을 수도 없었다. 펑퍼짐한 코는 최악이었다. 그렇게 막다른 골목에서 좌절하고 있던 요나에게 한 줄기 햇살이 비쳤다. 우연히 TV에서 〈우주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를 보게 된 것이다. 시간보부상이라는 남자가  파는 AI 가면을 쓰면 얼굴이 원하는 대로 성형된다는 내용이었다. 황당한 말이었지만 증언자가 나와 ‘비포&에프터’를 보여 주는 바람에 안 믿을 수도 없었다.


 “바로 이거야!”


 요나는 곧바로 시간보부상 찾기에 돌입했다. 문제는 시간보부상을 어떻게 만나는지였는데, 증언을 나온 사람도 연락처를 모른다고 했다. 그냥 우연히 학교 앞 골목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할 뿐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는 걸까? 요나는 그날로 학교 앞 골목을 서성이기를 두어 달, 드디어 시간보부상을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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