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언제는 해미 눈이 보석같이 예쁘다더니?' 요나는 말문이 막혔다. 예뻐지려고, 시간보부상을 찾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제와서 뭐라고?
요나의 표정에 무안했던지, 태현이는 축구하러 가야한다며 자리를 떴다. 요나는 넋나간 얼굴 로 교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자리만 지키다 허적허적 집으로 돌아왔다,
'진작 고백했어야 했나? 아니, 못생긴 애가 왜 좋아? 아아, 쪽팔려! 차라리 다른 아이랑 사귈까?'
요나는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밤에는 꿈까지 꾸었다.
꿈속에서 누군가 불러 돌아보았더니 요나의 얼굴이 몸뚱이도 없이 둥둥 떠 있었다. 놀라 물러서는데 등 뒤에서 옛날 요나 얼굴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요나의 얼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요나야!”
“아니야, 내가 진짜라고! 엄마 아빠한테 물어봐.”
“넌 요나한테 버림받았어. 아직 그걸 깨닫지 못한 거야?”
“흥, 넌 가짜야. 가면은 언젠가는 벗겨지게 돼 있어.”
얼굴들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사방에서 들려왔다. 요나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물을 뒤집어쓴 듯 옷이 땀으로 축축했다.
“엄마, 엄마!”
요나는 벌떡 일어나 방을 나왔다. 벌써 아침 햇살이 거실에 들어와 있었다.
탁탁탁
싱크대 앞에서 아침밥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였다.
"엄마는요?"
“엄마는 시간보부상인지 시간사기꾼인지 그분 찾으러 나가셨다. 인생은 한 방이라나 뭐라나! 당분간 너희 엄마한테 아침밥 얻어먹긴 그른 것 같다.”
아빠가 투덜거렸다. 요나는 아무 대꾸도 못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예뻐지기만 하면 세상일들이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일이 꼬이고 있었다.
“몰라 몰라!”
요나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거울 앞에 앉았다. 여전히 얼굴은 예뻤다.
‘그래,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예뻐지려면 대가도 치러야지!’
일부러 콧노래를 부르며 옷장에서 나나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헤어스타일도 나나 멤버들처럼 에펠탑 모양으로 묶어 올렸다. 그리고 거울을 보자 마음이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았다.
“칫, 이대로 딱 연예인이닷!”
무거운 마음을 털고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교실문 앞에 서자 또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요나는 주머니에서 거울 꺼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네가 제일 예뻐!'
요나는 턱을 치켜들고 당당히 교실 문을 열었다.
"드르르륵 쿵"
태현이가 요나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어쩜 이렇게 똑같냐?”
“뭐, 뭐가?”
반 아이들이 눈길이 모두 요나에게 쏠렸다. 그러곤 다시 교실 뒤편에 나란히 서있는 여자아이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어리둥절한 요나도 아이들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러곤 그대로 교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여자아이들이 와글거리는 소리가 꿈속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