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들 모두 나나 카페에서 골랐어?”
“몰라 몰라. 이거 못 무른댔는데!”
“하나밖에 없다더니 순 거짓말이잖아.”
요나와 거의 구별 안 될 정도로 똑같은, 쌍둥이 아니 다둥이들이 한꺼번에 울음을 터뜨렸다.
한동안 사태 파악 중이던 반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각자 다른 학교로 전학 가야 할 거라는 둥, 예쁘면 되지 뭐가 문제냐는 둥, 시간보부상을 찾아보자는 둥, 교실 천장이 들썩거렸다.
‘요나와 다둥이들’이라는 문자가 온 학교를 휩쓸었다. 쉬는 시간이면 동물원 구경하듯 아이들이 요나 반 창문에 매달렸다. 담임 선생님이 수시로 나가 쫓았지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요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고역이었다. 얼굴이 비슷한 여자아이들을 볼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었다.
점심시간이었다. 요나는 몇 술 뜨지도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 냈다. 손을 씻고 거울을 보는데 예쁘기만 하던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비실비실 교실로 들어왔다. 5교시를 준비하려는데 책상 서랍 속에 작은 상자가 만져졌다. 오랜만에 보는 선물상자였다. 초콜릿과 함께 쪽지가 들어 있었다.
라요나, 초콜릿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
사서쌤이 그러시는데 도서실에 새로운 SF 동화책 들어왔다더라...
요나는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교실 뒤편에서 요요를 하던 민재가 싱긋 웃었다. 순간 요나의 머릿속에 전깃불이 탁 켜졌다. 민재와 요나는 점심시간마다 경주하듯 도서실로 달려갔다. 찜해 놓은 책을 먼지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문자를 보내고 생각을 나누었다. 둘은 독서토론 대회에서도 맞수 겸 단짝이었다.
‘도서실’
예뻐지고 나서 거의 가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민재와도 멀어졌었다. 요나는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었다. 끈적한 초콜릿이 혓바닥에 붙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단맛을 내주었다.
요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민재에게 다가갔다.
“누가 먼저 그 책 찾나 내기할까?”
"으응, 그런데 너.... "
"나 먼저 간다!"
민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요나는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