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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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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금 Apr 05. 2023

< AI 마스크 >

3장


 다음 날 요나는 엄마 아빠도 보지 않고 일찍 학교에 갔다. 누구보다 태현이에게 가장 먼저 보여 주고 싶었다. 일단 아이들이 올 때까지는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수업 시작 5분 전, 복도를 당당히 걸어가 교실 문을 열어젖혔다.


 “안녕! 나 어제 시간보부상을 만났어.”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요나는 아이들이 잘 볼 수 있게 턱을 치켜들었다. 기대했던 대로 태현이가 교실 뒤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


 “헐! 대박! 너 요나야?”


 “그래. 목소리 들으면 모르겠어?”


 태현이가 요나의 얼굴에 바짝 코를 들이댔다.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이. 조금 뒤, 반 아이들도 우당탕탕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만져 보겠다고 야단법석이었다. 어디서 시간보부상을 만났는지, 어떻게 만났는지, 얼굴이 바뀔 때 아프지는 않았는지, 정신없이 질문을 해 댔다. 그러나 요나는 입을 꾹 다문 채 눈만 깜빡거렸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아이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요나는 하루하루가 축제였다. 생일파티에 불려 가고, 고백 문자를 받고, 그동안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예쁘다.”라는 말도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심지어 걸 그룹 연습생 제안을 받기도 했다. 얼마나 벅찼는지 태현이에 관한 생각을 잠시 잊을 정도였다.

며칠 뒤, 드디어 점심시간에 태현이를 뒤뜰로 불러냈다.


 “왜? 무슨 일인데?”

 

 태현이가 바쁘다는 투로  재촉했다. 요나는 밤새 생각해 두었던 것들을 생략하고 다짜고짜 말을 던졌다.


 “야, 김태현! 우리 사귈래?”


 태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엥? 갑자기 왜?”


 “아, 사귈래? 말래?”


 요나는 쑥스러움을 숨기기 위해 더 다그쳤다. 태현이는 어깨는 으쓱하더니 가볍게 말했다.


 “나 여친 있어.”


 허억! 요나는 자기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여, 여친이라고? 혹시 해미?”


 “아니, 김정인. 우리 벌써 일주일 됐어.”


 요나의 입이 딱 벌어졌다. 정인이라면 못생긴 데다가 옷까지 후지게 입고 다니는 촌스러운 아이였다.


 “아, 왜? 못생겼잖아?”


 “말조심해. 못생긴 게 아니고 개성이 넘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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