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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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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금 Apr 05. 2023

< 알 >

2장

 

 처음에는 동생이 생겨 정말 좋았다. 귀찮게 굴던 쌍둥이도 슬슬 눈치를 보았고, 엄마 아빠의 심부름도 모두 준이가 도맡아 했다. 축구팀에 들어가게 된 것은 대박이었다. 준이의 현란한 드리블을 보고 축구부 아이들은 자기 팀에 넣으려고 안달이었다. 그때 준이는 ‘1+1’, 혁이를 데려가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쟤가 준이의 형이라지?”


 “맞아, 나도 준이 같은 동생 하나 있으면 좋겠다.”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반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준이의 인기는 사그라질 줄 몰랐다.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혁이보다 무엇을 해도 똑소리가 나는 준이를 더 예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 


 “혁이 너, 당장 안 나오면 싹 치운다!”


 엄마의 재촉에 혁이는 할 수 없이 방을 나왔다. 준이는 벌써 마지막 알약을 입에 넣고 있었다. 혁이는 괜히 심술이 났다.


 “난 알약 싫은데. 김치찌개 없어요?”


 “어머머, 요즘 누가 아침에 생식을 해?”


 엄마가 혁이 앞에 알약 접시를 탁 내려놓았다. 주는 대로 먹으라는 뜻이었다. 혁이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알약을 입에 넣었다.

 그때 식사를 끝낸 준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코스모스폰은 언제 사 주실 거예요?”


 푸훕, 혁이의 입에서 알약이 튀어나왔다. 코스모스폰은 화성으로 여행 간 사람들과도 교신이 가능한 최신 핸드폰으로, 얼마 전부터 혁이도 엄마를 조르는 중이었다. 


 “학교 마치고 곧장 와. 일렉트로 월드에 주문해 놨어.”


 엄마의 대답에 혁이는 용처럼 입김을 내뿜었다.


 “하아아아! 준이 코스모스폰 사요? 나는요?”


 “너 이번 무중력 체험 수료증은 어떻게 됐어? 으이그, 준이 반이라도 해 봐.”


 준이가 한술 더 떴다.


 “나 코스모스폰 없어도 돼요. 형 먼저 사 주세요.”


 우당탕탕, 혁이가 의자를 밀치고 일어났다. 


 “네가 더 나빠. 이 새끼야!”


 혁이는 현관문을 박차고 집을 뛰쳐나왔다. 


 ‘어쩌다 저런 동생이 생겼을까? 말 잘 듣고 방패막이가 될 만한 그런 녀석을 원했는데…….’ 


 혁이는 숨도 쉬지 않고 구름 나무 언덕까지 달렸다. 언덕에 곧게 서 있는 구름 나무는 혁이의 아지트였다. 혁이는 구름 나무를 타고 올라가 가지에 걸터앉았다. 겨울도 아닌데 콧날이 자꾸만 시큰해 왔다. 생각해 보면 엄마 아빠랑 셋이 살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동생을 알 속에 넣어 반품하고 싶었다. 


 “끼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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