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나무 아래에서 오토슈즈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 오토슈즈 안 신고 갔어. 어서 내려와! 학교 가자.”
준이의 목소리였다.
“안 가!”
“내가 코스모스폰 양보한다잖아?”
“코스모스폰 때문이 아니야! 문제는 너라고. 이 안드로이드야!”
“뭔 헛소리야?”
“흥! 넌 주문 제작한 복제인간이야. 네가 배달 오던 날, 벌거숭이로 알에서 나오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해.”
“헐! 차라리 화성에서 주워 왔다 그러시지?”
“어쭈? 네 눈이 왜 파란지 알아? 우리 가족은 모두 갈색인데?”
준이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그건…… 엄마 아빠에게 열성 유전자가 있기 때문일 거야.”
“아하, 그러셔? 우린 동양인이라는 것을 잊으셨나? M사를 찾아가 봐. 너에 대해 다 알게 될…….”
혁이는 화들짝 입을 막고, 나무를 타고 내려왔다. 준이 앞에서 M사를 들먹이다니 엄마가 알면 날벼락이 떨어질 일이었다. 혁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학교로 내달렸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점심시간이었다. 준이의 절친인 상호가 혁이를 불렀다.
“형, 준이가 가방 싸서 나갔어요. 선생님에게 말도 하지 않고.”
“으응? 왜?”
“몰라요. 오전 내내 멍청하게 있더니, 시내로 가서 확인해 볼 것이 있다고 했어요.”
순간 혁이의 머릿속에 알 사용설명서가 떠올랐다.
주의사항
복제인간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재생을 위한 반품을 권유합니다.
재생? 반품? 혁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동생을 주문하기 전에는 혁이도 M사가 복제인간을 만든다는 사실을 몰랐다. 복제 가족 프로젝트는 시범단계여서 일반인에게는 철저하게 숨겨졌다.
“안 돼, 준이야!”
혁이는 정신없이 운동장을 벗어나 시내로 향했다.
M사에 도착하자 홀로그램 글씨가 건물 외벽에 흐르고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