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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Apr 23. 2023

야, 너도 춤 출수 있어!

9. 춤꾼이 된 우리 둘

‘과장님 살을 조금만 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평소 친한 여자 고객님이 내게 건넨 말

참 너무 잘 알고 있는 얘기인데

실행이 제일 어렵다는 바로 그 다이어트

살과의 전쟁


‘저는 20년 넘게 춤을 추고 있어요’

??

병원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이셔서

식단을 조절해라 근력운동해라 

이런 얘기를 하실 줄 알았는데 춤이라뇨

눈이 번쩍 했다.

춤을 잘 추진 못하지만 리듬 타는 걸 좋아하고

평소 흥이 많은 나인데 춤은 잊고 살고 있었다.


고객님은 요즘 방송댄스를 한다고 하셨다.

‘그냥 운동하는 건 재미없잖아요.

 저는 먹는 건 다 잘 먹어요.

 20년 넘게 꾸준히 춤을 추니깐

 20년째 항상 같은 몸무게를 유지해요.

 아픈 곳도 없어요’

(먹순이인 나에게 먹는 거는 포기가 안되지.

  그래 나도 춤을 춰보자)




맘먹은 건 바로 하는 나니깐 점심시간에 인터넷으로

집 가까운 댄스 학원을 바로 찾아봤다.

어머 집 근처에 댄스 학원이 있었다니

어머어머 퇴근하고 당장 가보자! 잇나우


22년 초 코로나로 더욱 추웠던 겨울

내 마음에 불을 지펴주신 감사한 고객님

댄스 학원에 갔더니 아직 코로나가 한창이라

수강생이 거의 없었다.

예전 헬스장을 다닐 때 GX 프로그램에 요가. 줌바댄스 한두 번 해보긴 했지만 아예 댄스 학원은 처음이었다.


천장은 높았고 온 사방은 거울이었고

아이돌 연습실 같았던 그곳. 맘에 쏙 들었다

소규모로 하는 곳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고

바로 다음날부터 댄스학원으로 향했다.


퇴근 후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옷을 갈아입고

뛰어가면 시간도 딱 맞았다.

첫날 수업을 했는데 너무 신나고 절대 혼자서는

50분 동안 할 수 없는 운동량이었다.

줌바댄스. 방송댄스 등 다양하게 추었다.

정신줄 놓고 신나서 춤을 추다 보면

하루동안 업무하며 받은 스트레스도 막 날아가버렸다.

집에 오는 길은 그렇게 상쾌하고 가벼울 수가 없었다.

신랑의 얼굴이 떠오르며 이 좋은걸 나만 하면 안 되지

같이 하자고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신나서 집으로 향했다.




신랑은 지독한 몸치이며 완벽한 아재다 

5-6년 전쯤 우리 둘이 이태원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꽂혀서 강남역으로 넘어가 밤사에 간 적이 있다

유명하다며 우리도 가즈아^^

(밤과 음악사이라고 예전 라떼음악이 나오고

  편하게 술이나 음료를  마시며 춤추는 곳이다

  요즘도 있나 몰라 ㅎㅎ)

그곳에서 신랑이 추는 춤을 보며 배꼽 빠지게 웃다가

몇시간동안 신나게 놀다 나온 기억이 있다.



‘오빠 우리 같이 줌바댄스 배우러 다니자

내가 가보니 너무 신나고 운동도 되고 진짜 좋아’

얘기하니 기겁하는 신랑 (예상했던 반응이다)

‘못 춰도 아무도 우리 신경 안 써.

그냥 선생님 보고 따라 추면 돼

나랑 한 번만 같이 가보자

가보고 별로면 안 다녀도 돼’

그는 그렇게 나를 따라왔고

평소 땀이 많은 그는 수건을 목에 두른 채

함께 학원을 향했다.



그와 갔던 첫날 사실 나는 그가 어떻게 춤을 췄는지

보지 못했다. 나도 선생님을 따라 하기 바빠서

그를 볼 여유까지는 없었다. 어땠어?  

‘생각했던 것보다 좋던데 운동도 많이 되고’

(은근 만족하는 그의 얘기를 들으니 기뻤다)

'그래 우리 같이 열심히 춰보자

 살도 빼고 몸도 건강해지고 해 보자 해보자'


남자 회원은 혼자라서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더니

제법 익숙해졌고

맨 앞줄에서 추는 나와 반대로 맨 뒷줄에서 추는 그였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이성을 잃고

춤을 췄다ㅋㅋㅋ


그렇게 우리 둘은 퇴근하고 최대한 약속을 줄이고

춤을 추러 다녔다.

어찌나 신나고 재미있던지 집에 와서도 노래를 틀어놓고 애들 앞에서 둘이 배운 춤을 추고 연습을 하기도 했다

못 말리는 부부다 증말!



그 사이 회식이 많던 신랑은 회식도 많이 줄였고

춤도 열심히 췄더니 뱃살이 몰라보게 줄어들었고

살도 제법 많이 빠졌다 (나는 큰 변화는 없었다:) 여자회원분들이 신랑을 보며 뱃살이 없어졌다

살이 많이 빠지셨다고 얘기해주신다.

부끄러워하며 기분 좋아하는 그의 모습이 귀엽다 헤헤^^




그렇게 함께 했던 줌바와 우리는 지금 이별했다. 

그 사이 신랑은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더 이상 다닐 수가 없었고 나 혼자 다니다가

임대료가 많이 올라서 줌바학원은 결국 문을 닫았다.



몇 달이 지난 요즘도 우리 둘은 그때를 추억하면

행복하다

22년 뜨거웠던 너와 나의 춤

우리들의 가슴 뛰었던 봄과 여름 기억하자

야, 너도 춤 출수 있어!!!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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