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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Mar 01. 2023

같이 자는 부부

7. 평생 연애하듯 그렇게 살고 싶다

어릴 때부터 내 방에서 혼자 잠을 잤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무척 좋아하는 나지만

신기하게 혼자 있는 것도 혼자 걷는 것도

혼자 먹는 것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연애시절 그와 내 방에서 둘이 잠이 든 적이 있었다

둘 다 취업한 지 얼마 안 돼서

맨날 피곤해 있을 때인데 두세 시간 정도였을까

그와 팔베개를 하고 잠이 들었는데

너무 따뜻하고 포근해서 정말 깊은 잠에 든 적이 있다 (엄마도 저녁 먹으라고 깨우려고 하셨다가

 우리가 너무 푹 자고 있어서 안 깨우셨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와 팔베개를 하고 자는 걸 좋아하다. 그와 함께 자면 항상 꿀잠을 자거든




9남매인 시댁은 가족여행을 엄청 자주 간다

당연히 1박은 기본이요 2박도 있고

워낙 대식구에 가족들이 많다 보니

늦게까지 술 마시는 사람

얘기하는 사람. 일찍 자는 사람. 코 고는 사람 다양하다. 그래서 우리 여행에는 코골이방이 항상 따로 있다

코 고는 사람들은 그 방에서 자야 한다

살집 좀 있는 남자들은 사실 대부분 다 그 방으로 들어간다. 그도 당연히 코골이방이다

아침이 되면 누군가는 어제 누가 코를 골아서 못 잤어

누구 때문에 잠을 설쳤어라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데

평소에 코를 골아도 그의 옆에서 잘 자는 나를 보면

우린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곤할 때는 나도 만만치 않겠지만:)



첫째 아이를 낳고도 우리는 같이 잤다

새벽에 아이가 울면 그는 엄마보다 더 빨리 일어나서

분유를 먹이고 아이를 재웠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우리는 주말부부가 되었는데 그래서 같이 있는

주말은 더 소중했다


둘째 아이를 낳고도 우리는 같이 잤다 

아이들은 옆 침대에서 재우고 우리는 항상 같이 잤다


이들이 어릴 때는 서로 일도 바쁘고 육아도 힘들었지만 우리 둘이 행복해야 그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고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서로 항상 했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커서 퇴근 후에도 시간을

내기가 훨씬 수월하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사실 부부 둘이 무언가를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서로 노력해야만 가능하기도 했었고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도 참 많았다


1-2주일에 하루는 우리끼리 부부데이로 정해서

(사실 대단한 건 없지만)

퇴근하고 둘이 만나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도 하고

둘이 커피숍을 갔다가 가기도 하고

둘이 쇼핑을 하기도 했다

그 시간이 30분이던 1시간이던

온전히 우리 둘의 시간으로 보냈다.


평일이 어려울 때는 주말에 누나들한테 맡기고

둘이 종종 데이트를 했다

(시누이들이 많아서 언니들이 애들도 많이 봐주셨으니

  시누이. 조카들이 많으면 좋은 점도 참 많다)




부부 사이가 좋으면 아이들에게도 그 기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우리 둘이 즐겁고 행복하면 아이들에게도

더 잘하게 되고 행복한 긍정 에너지를 줄 수 있다.

아빠 엄마가 싸우거나 분위기가 안 좋으면

애들도 그 사이에서 참 힘들다


둘이 침대에서 하루 있었던 얘기도 하고

재미있었던 얘기도 나누고

서로 속 얘기도 하다보면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때론 울기도 하고 그런다

우린 서로 더욱 가까워진다.


부부 사이가 서로 제일 잘 아는 것 같다가도

참 서로 모르는 부분도 많다.


살다 보면 서로 마음이 뾰족할 때도

서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지금처럼 서로 마음으로 응원하는 부부가 되길


결혼 17년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와 잘 때 가장 편안하고 푹 잠을 잔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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