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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Feb 12. 2023

배우자의 무지개색은 무엇인가요?

5. 너에게 난 나에게 넌

회사 점심시간이다

워낙에 직원들과 친하게 지냈던 지점이라서

서로 점심을 먹으며 하하 호호 웃음이 터진다

그때 직원 한 명이 무지개 테스트 얘기를 꺼낸다.

남편에게 무지개색깔로 아내를 표현해 보라는

(빨강이라고 하면 오늘 저녁은 없는거다ㅋ)

남편들에게 동시에 보내자고

우린 톡을 남편들에게 동시에 보냈다.

바로 답장이 오기도 하고 오후가 되어서 오기도 하고 빨간색이 나온 직원도

보라색이 나온 직원도 남편들의 답장은 다 달랐다.  


참 별건 아닌데 우리끼리 답장 온 거를 얘기하면서

웃기다고 재미있다고 이야기 꽃이 또 터졌다.

점심때 나도 직원들과 같이 그에게 톡을 보냈는데

오후가 되어도 답장이 없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퇴근하면서도 연락이 없다.

이게 모라고 몇 번을 톡으로 독촉했다.

전화도 했는데 전화도 안 받는다.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이럴 때 연락이 안 오면

더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은 모지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도 그는 연락이 없다.

내가 보낸 톡을 심지어 읽지도 않은 상태라니


평소에는 답장도 바로 하는 사람인데

하루종일 연락도 없던 그가 결국 12시가 다 되어서

집에 들어온다.

그것도 아주 많이 취한 상태로

하루 종일 왜 연락이 없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기엔 이미 너무 취해있는 그

바로 방으로 가더니 쓰러져서 그는 잠이 들었다.

 

혼자 씩씩 거리며 나도 잠을 청했다

결국 그날 끝내 나의 무지개색 답장은 받지 못했다.




그 시기 그는 많이 힘든 상태였다.

물론 나도 옆에서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며칠을 같이 밤을 새우기도 했고

함께 방법을 찾으려 했으며 서로 노력했다.

인생을 살다 보니 화가 날 때도

억울할 때도

힘이 들 때도

주저앉고 싶을 때도 참 많았던 것 같다.


특히 그가 힘들 때는 옆에서 더 도움이 되지 못함이

참 마음 아팠고 괴로웠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부부란 서로에게 그런 존재인 것 같다.


그는 항상 새벽같이 출근을 하는데

다음날 내가 일어났을 때 이미 출근을 한 상태였고

어제 하루종일 연락이 없던 그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출근을 해서 내가 보낸 톡을 그제야 확인한 것 같았다.

그의 메시지를 읽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의 메시지  .. 이 너무 마음 아팠다.


그리고 그에게 난 핑크색이었다

살다가 힘들면

그때도 이겨낸 우리라고 힘내고 싶어서

저장해 두었던 그의 메시지


우리 평생 서로에게 핑크색으로 사는 거다





*사진출처: 네이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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