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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Feb 10. 2023

결혼식 후 따로 사는 부부

4. 일단 결혼식만 했습니다

 같았던 우리의 신혼여행 몰디브

그 당시에는 싱가포르를 경유해서만 갈 수 있었던 곳이었다. 워낙 물을 좋아하는 우리라서

있는 내내 물에서만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머물렀던 그 섬에는

우리 둘만 존재하는 듯 조용하고

평화로웠으며 아름다웠다.


신혼여행 내내 면접 날짜를 궁금해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날까지도 면접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신행 중에 면접일이 잡히면 돌아올 생각을 하고

출발한 여행이었는데

내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지켜준 것만 같았다.


신행을 다녀오고 출근을 했더니 그때서야 일정이 나왔다.

참 나란 여자 운이 좋기도 하다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 떨리는 맘으로 면접을 보게 된다.

팀별로 여러 명의 지원자와 실무자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면접관 한분이 나를 보자마자

웃으면서 처음 꺼내시는 말

“OOO주임님 때문에 우리 면접 일정 늦춰진 거 알죠?”

너무 긴장했던 순간에 면접관님의 첫 한마디로

내 마음이 녹아내린다.


결혼한 걸 알고 농담으로 얘기하신걸 텐데

꼭 진짜 그런 것만 같아서 그저 신기했다.

 다음 질문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이후 임원 면접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 첫 한 마디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질문들에 대답

잘 이어나갔던 것 같다. 느낌이 좋았다.




합격과 동시에 퇴사처리가 되었고

다시 정규직으로 입행을 하게 된다

사번도 바뀌었고 그렇게 다시 신입직원이 되었다.

지금은 과장으로 곧 차장으로  

처음  면접을 봤던  첫 회사에서

나는 아직도 일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으니

간절함은 모든 해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그동안 시험 준비로 일단 결혼식만 했었다.

우리에겐 둘의 중간지점에

(그의 집과 회사에 좀 더 가까운) 작은 신혼집도 었다. 물론 내가 보고 결정한 곳은 아니었다.

그와 우리 엄마가 보고 구한 우리의 집

우리의 첫 보금자리

우리의 소중한 공간

청소는 누나들이 와서 해주셨으니 진짜 나는 몸만 간 셈이다




일단 결혼식은 했고 신혼여행도 다녀왔고

합격까지 했으며 신혼집도 있었는데

우리는 같이 살 수는 없었다.

사실 워낙 급하게 한 결혼이라

결혼식 이후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 당시 나의 회사는 서울의 끝 그의 회사는 경기도의 끝


분명 중간지점에 구했지만 신혼집에서는

출퇴근하기 힘든 거리였다.

우린 아직 같이 살 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있었다

결혼식은 했지만 우린 각자의 부모님 집에서 살았다. 한편으론 결혼은 했지만 부모님 집에서 사니깐

편하기도 하고 그땐 참 어렸다는 생각만 든다


우리의 결혼은 모가 그리도 급했을까

애틋했던 와 나의 신혼. 

그리고 금요일 밤에 퇴근 후 만나면 서로 너무 좋았다

매주 데이트하고 매주 신혼집에서 여행하는 것 같았다. 월요일 새벽에 바로 출근을 하기도 했고

피곤할 것 같은 날은 일요일 밤에 헤어지고

각자의 집으로 가기도 했다.

주말에 결혼식이나 서로 약속이 있는 날에는  

밖에서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각자 집으로 갔다.

정말 요상한 결혼 생활이다.



만나는 주말마다 설렘은 배가 되니

이것도 나름 괜찮지 아니한가^^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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