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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Feb 19. 2023

엄마 같은 아빠

6. 태생부터 아빠로 태어난 남자

결혼식 후 우리는 꽤 오랜 시간

각자의 부모님 집에서 살았다.

금요일 밤마다 만나니 서로 너무 좋았고 애틋했지만

결혼한 부부가 따로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자주 오게 되었다.


우리는 같이 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의 회사는 옮기기가 어려웠기에 내가 발령 신청을 했고 우리는 결혼하고 일 년 정도가 되어서야

함께 살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만났던 것도 좋았지만 같이 살아보니

생각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어른들의 소꿉장난 같기도 하고 뭘 해도 귀여웠던 우리

그는 참 다정다감한 남자였다

때론 나에게 아빠 같기도 했다

결혼을 하고 몇 년 뒤에 아기를 갖기로 한 우리였다.

그 당시 여덟 번째 시누이가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았는데 어머. 그 아이를 보는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내 아이처럼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조카



그와 살면서 우리는 이야기도 참 많이 했다

먹는 거 노는 거 대화하는 거 다 잘 맞았다

우리 아이가 태어난다면 얼마나 예쁠까?

그렇게 우리의 아이를 상상하며

조금씩 부모가 되기를 꿈꿨다.




생전 염색을 안 하는 내가 모에 홀렸는지

주말에 정말 오랜만에 염색을 했다.

집에 가는 길 생각해 보니 그날이 꽤 지났던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스트기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두줄이다. 떨린다. 임신인가.


다음날 떨리는 마음에 회사 앞으로 엄마가 오셨고

같이 병원을 갔다.

두근두근 초음파를 하고 의사 선생님이 임신이라고 한다 10주가 넘었다 거의 11주가 되어 간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몰랐냐고 놀라신다.

이렇게 둔하다니 참 (너도 대단해 증말:)


젊은 임산부 이기도 했고 입덧은 없었다.

오히려 안 먹으면 멀미를 했고 정말 잘 먹었고

거의 임신기간 날아다녔던 임산부였다

막달까지도 배부른 것 빼곤 임산부 생활은 평온했다

먹을걸 너무 좋아하는 나에게 오히려 죄책감 없이

많이 먹을 수 있었던 임신 기간이 그립기도 하다.



아기가 태어났고 난 초보 엄마 그 자체였다.

주변 친구들 중에 결혼을 한 친구도 한 명도 없었다.

모든 서툴렀고 엄마는 나를 보며

아기가 아프고 울면 마가 강해야지

너도 같이 울 거냐고 하셨는데

진짜 그러고 있었다.

아기가 울면 같이 울고 있었다.

아기를 씻기는 것도 너무 어려웠고

모유수유도 어려웠고 재우는 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같은 초보임에도 그는 아기를 돌보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결혼 17년 차인 지금도 그를 보면

원래 직업이 아빠인 사람 같다

아기 목욕도 재우는 것도 먹이는 것도 척척이였다.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 신기했다

생각해 보면 엄마 같은 아빠. 그가 있어서

내 육아는 훨씬 수월했던 것 같다.




그는 아이들에게 정말 다정다감한 아빠였다

회사에서는 엄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바로 엄마 같은 아빠다

사람 느끼는 건 다 똑같은가 보다^^

아기였던 딸이 벌써 중3이 되었고

어느 집 표현이 사춘기 중학생 딸 방문만 잘못 열어도 초상집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 예민한 시기인데

다행히 우리 집은 아빠와 딸 사이가 아주 좋다


아빠가 본인을 잘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걸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가끔은 나도 그의 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렇게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그는 엄마 같은 아빠인데

우리는 지금 따로 살고 있다..



너무 귀여웠던 내 아이들이
얼마 전 방콕 여행에서:) 이렇게나 많이 컸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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