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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원 주미영 Jul 08. 2023

무인판매점포에서 있었던 일

우리 모두 외출할땐 안.전.지.키.자!

지난 주말 퇴직한 직장동기생들 8명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오랜만에 만나 점심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너희들 절대로 무인판매점포 가지 마라!”     


무슨 이야기일까? 다들 궁금한 표정으로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요즘 내가 건망증이 심해져서 걱정이야. 며칠 전 아주 기가 막힌 일이 있었어.”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 다녀온 다음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어. 경찰이라면서 누구누구십니까? 어디 어디 무인점포 이용하셨죠? 요즘 보이스피싱 유행이잖아. 네. 어떻게 확인하셨는데요? 그때 나의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 오히려 상대방이 흠찔 놀라더라.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게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중간에 말을 가로막으며 '여보세욧! 보이스 피싱을 하시려면 준비를 단단히 하세욧!'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금방 또 전화벨이 울리는 거야.”      


친구들이 깔깔대자 그 친구는 더욱더 크레셴도로 경찰 목소리까지 흉내 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웃음소리도 더욱 커지고... 멀리 앉아 있던 친구는 목을 길게 빼고 귀를 더욱 쫑긋하고 집중했다.      


“제가 명함을 보내드릴 테니까.... 확인하시고...라고 이야기 할 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명함 따위??? 요즘 얼마든지 그래픽으로 만들 수 있다구욧!' 외치고 전화를 딱 끊었지. 그런데... 또 전화가 온 거야...'하 정말 끈질기네요. 보이스 피싱 전화 안 받는다고욧!' 난 정말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있는데 그쪽에서 몇 날 몇 시, 무인 판매대에서 뭐뭐뭐를 사시고....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내가 그랬으리라 전혀 생각을 못했어.”      


한 친구가 동조를 해 준다.     


“너 잘한 거야. 명함을 보내든 무슨 이야기를 하던 잘했어. 쉽게 넘어가면 안 되는 건 맞아.”     


“계속 들어봐 봐. 그리고 잠시 후 무인점포 주인이라며 전화가 왔어. 그때서야.. 보이스피싱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한 거지. 같은 아이스크림 여러 개를 살 때는 바코드 찍은 후 개수를 찍어야 하는데 그걸 깜빡했어. 말하자면 5개를 사면서 한 개 값만 지불한 거야. 약 8천 원 정도 차이가 난 거야. 나의 잘못을 깨닫자마자 죄인 목소리가 되면서 그랬어. 저 제가 나이가 들어서.... 깜빡했네요.. 얼마를 더 보내드리면 되나요? 그랬더니 그쪽에서 얼마 불렀을 것 같아? 내가 8,000원을 미결제했는데? (잠시 뜸을 들이고)... 흑흑흑. 30만 원... 자그마치 30만 원 달래.... 제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이야기해도 소용없었어. 아주 냉랭한 목소리로 '합의 안 합니다.~~'라고 기계적으로 말하는 거야. 인터넷 찾아보니까 이럴 경우 50배 배상이란다.. 더 높게 부르는 주인도 있대. 30만 원은 그래도 저렴한 거야. 그래서 상대방 맘 변하기 전에 얼른 부쳤지. 내가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겠니? 흑흑흑”      


이야기를 마치자 친구는 거의 기운이 빠져 마치 지금 있었던 일처럼 혼절한 표정이다. 친구를 위로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 모두는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공감백배하면서 말이다. 

     



다음날, 비슷한 연배의 다른 모임을 끝내고 일어서는데 한 분이      


“저는 외출 때마다 늘 한마디를 외치며 체크합니다.”     


“무슨 말인데요?”     


“안전 지키자~~~ 입니다”      


첫 글자를 딴 말이다. 바로     


“안경, 전화, 지갑, 키(자동차), 자신~~~”      


오늘도 무사히! 

안.전.지.키.자 ~~~      


그리고 무인판매점포에 갈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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