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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원 주미영 Jun 14. 2023

두 어머님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두 어머님 살아계셔서 참 행복합니다

아파트 커뮤니티에 갈 때마다 늘 마주치는 어르신 한 분이 계신다. 전해 듣기로는 올해 여든이 훌쩍 넘으셨다고 한다. 젊은 시절 운동을 무척 열심히 하셨는데 요즘 치매라는 손님이 찾아와 하루 종일 틈만 나면 운동하러 오신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도 커뮤니티를 찾으니 어김없이 와 계셨다. 정말이지 어찌나 열심이신지 존경심마저 들게 된다. 그런데 가만 보면 어딘지 모르게 엉뚱한 자세와 무엇인가에 홀린 듯 한 표정으로 운동에 몰두하시곤 한다.     


“안녕하세요? 열심히 하시네요? 힘들지 않으세요?” 인사를 건네니

어르신께서 갑자기 묻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신다.     


“응 남편이 옛날에 돈 많이 벌어왔어. 그거 돈 받으면 안 되는 건데 그냥 받았지 뭐. ㅎㅎ”     


“......”     


부끄러워 남에게 하고 싶지 않은 가슴속의 이야기들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어르신!     


‘내가 딸 같이 생각되신 걸까?’     


친정엄마가 생각나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 별일 없으시죠? 우리 아파트에 엄마랑 나이가 같은 어르신이 계신데 그분 치매 있으신 것 같아.”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어 그래. 요즘 치매노인들 많아. 누구누구 있잖아? 너도 알 거야. 치매가 와서 벌써 요양원 간지 몇 년 됐대. 엄마 나인데 말이야. 아이고, 참 걱정이다.”     


그리곤     


“엄마는 걱정하지 마라. 엄만 다 기억해. 너 어렸을 적에 나한테 얘기한 것도.”     


‘허걱…….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아 그거 생각나네. 너 친구네 집에 가니까 친구엄마가 과일을 많이 내줬다며. 엄마는 왜 과일 안 사주냐고 그랬어. 에고 그때 좀 더 많이 사 줄 걸……. 그 대신 난 꼭 쌀밥 해 줬잖니? 다른 집들은 보리밥 해 먹을 때……. 엄마가 쌀장사 했으니까 쌀은 좋은 쌀 먹였지."     


"내가 과일 사달라고 했다고?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말은 그렇게 하는데 눈시울이 갑자기 촉촉해졌다.     

2남 3녀 다섯 형제에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살던 당시, 대가족 살림살이를 꾸려가시느라 공무원이신 아빠 월급으로는 빠듯해 엄마는 살림살이를 병행하며 같은 건물에서 쌀장사를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셈을 참 잘하신다. 암산도 잘하시고 전화번호도 한 번 들으면 안 잊어버리고 줄 줄 말씀하셨다. 지금도 기억력만 놓고 보면 나보다 훨씬 좋으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걱정이 려온다.

요즘 기억력이 유난히 떨어지고 종종 ‘이러다 치매 걸리는 거 아닌가?’싶을 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일단 오늘만큼은 이 나이에도 아직 ‘엄마~ ’라고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엄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친정엄마를 생각하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제 중간고사를 끝낸 둘째가 늦잠을 자고 방에서 나오며  외친다.     


“엄마~아~~ 할머니 집 언제 갈까?”      


이번엔 동탄에 사시는 친할머니 이야기다.      


“전화해 보렴.”     


둘째가 스피커폰으로 할머니에게 전화한다.     


“할머니~이~~~” 

목소리에 살짝 콧바람이 들어갔다.      

대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역시나 어머님이시군’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 같으면 이렇게 응대했을 것 같다.    

 

“응 어쩐 일이야? 전화를 다 하고?”      


하지만 어머님은 달랐다.    

  

“시험 끝났어?”      


2주 전 찾아뵀을 때 소은이가 요즘 시험 보느라 정신없다는 이야길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시험 끝나서 미국 교환학생 가기 전에 할머니 해 주시는 밥 먹으려고요. 자고 와도 돼요?”     


“뭐 먹고 싶어? 닭볶음탕 해 줄까? 아님 등갈비 찜 해줄까?”     


“음..... 등갈비찜 요!”      


“할머니 고마워요. 사랑해요~”     


“나도 소은이 사랑해~~~~”     


옆에서 듣고 있는 내 마음도 뜨거워졌다.      

어머님도 올해 여든이 훌쩍 넘어 85세이시다.      

기억력하면 역대급 수준이다.

언제 누가 무슨 선물하고, 집들이 얼마 했으니 너도 그렇게 해야 된다. 등등

어머님은 동기간에 오해가 없고 서운함이 없도록 주고받을 것을 명확히 해 주신다.

시간이 흘러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난감할때 어머니께 해답을 얻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언젠가는 내가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먼저 물어오신 적도 있었다.   


“둘째야 너 그거 봉투 했니?”     


‘헐... 깜박했어요.ㅠㅠㅠ’     


그렇게 어머님은 정확한 촉으로 형제들 간의 대소사를 잘 챙기신다.      

어머님이 안 계셨다면 어땠을까?     

 

‘어머님도 지금처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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