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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peltina Mar 01. 2024

암 연구원도
간접주사치료, 받나요?

그게, 왜 나쁜가요?

요즘 의대 증원 문제니, 의료 수가 문제니 대한민국이 들썩입니다. 

누군가는 이기적인 의사협회 문제라고 하고, 누군가는 독선적인 정부의 문제라고 합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데.. 

둘 다 문제니 나라 전체가 들썩이는 거겠죠.

손바닥 마주치는 소리에 괴로운 건, 결국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몫입니다. 


의료 제도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하니, 가만히 있던 '실손 보험'도 덩달아 눈치 밥을 먹고 있습니다. 잘못된 의료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자, 과잉 비급여 진료의 원인으로 지목당했거든요.


통원만 해도 되는 환자가 입원을 하고, 효과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은 간접치료들이 활성화되고, 그로 인해 의료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이 끼쳤다고 여기저기 언급되는 걸 보니, 아마도 실손 보험 자체보다도 '효과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은 간접치료들'과 '통원만 해도 되는데 입원까지 한 환자'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듯합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니 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해는 합니다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처음 퇴원을 했을 때의 일입니다.

어떤 암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저희 남편의 경우엔 수술이 끝나자 4일 뒤 바로 퇴원안내를 받았습니다. 

휴일이 길게 꼈던 터라 중환자실에 올라오고 난 뒤, 의사 선생님들을 만난 건 딱 2번이었습니다. 

그 마저도 2분~3분가량이라 바빠 보이시는 선생님들께 질문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정신없이 안내되는 대로 퇴원을 해, 집으로 왔습니다.


집으로 온 첫날, 

주사제로 맞던 진통제가 끊기니 남편은 2~3시간 간격으로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착어현상(단어를 잘 못 내뱉는 현상)도 심해서 의사소통도 어려운 상태인데, 갑자기 밤엔 소변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난생처음 겪는 일에 환자인 남편도, 보호자인 저도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의 일부인지, 아니면 다시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상황인지, 통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죠.

어디 물어볼 곳이 없어 처음으로 퇴원 후 근처 요양병원이 아닌 집으로 온 것을 후회했습니다.

 

정도는 다르지만, 많은 환우들과 보호자들이 퇴원 후 저와 같은 경험들을 한다고 합니다.

의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겐 당연한 회복 과정 중 한 순간일 뿐일 수 있으나, 잘 모르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겐 두려운 시간들 중 한 순간일 뿐입니다. 


수술 후 열이 나면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몇 도까지 오른 열이, 몇 분 가량 지속되어야 문제인건지를 모르니 열이 날 때마다 걱정입니다.

구토나 야뇨와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면,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인지, 아니면 병원에 당장 데려가야 하는 상황인지 판단이 어려우니 핸드폰을 손에서 놓을 수도 없죠.

도대체 입원을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지 모르니 두려울 뿐입니다. 


문득, 젊은 저희도 이런데, 어르신들은 어쩌나 싶은 걱정이 들었습니다. 


암은 Age-related diseases (노화 관련질환)에 포함되는 질병입니다.

제 남편을 포함해, 요즘엔 젊으신 분들 중에서도 많이 발견되긴 합니다만, 아직까지는 암 환자의 대부분이 저희 아버님이나 어머님 또래분들이 많다는 의미죠.


이 분들 중에는, 아마도 평생을 암과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 대 다수일 겁니다.

이런 분들이 갑작스레 찾아온 큰 병을 마주하고, 수술 과정을 겪고, 또 수술 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처음 맞닥뜨리는 돌발상황들은 훨씬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옆에서 지켜보는 보호자도, 겪는 환자도 처음이라 많이 무서울 거고요.  


그래서 저는 수술 후 요양병원이나, 작은 병원으로 옮겨 통원이 아닌 입원을 선택한 분들이 

'병상을 타인에게 양보할 줄도 모르는 이기심' 때문이라서거나, 

'보험금 때문에 아프지도 않은데 버티는 환자'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잘 몰라서, 만일의 상황이 두려워서, 생계가 급한 보호자뿐이어서 등을 이유로 작은 병원에서라도 입원치료를 이어가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믿고 싶습니다.

 






요즘 구박덩어리로 꼽히는 '주사치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항암제는, 암 기전에 포함되어 있는 어느 한 물질을 차단하거나, 혹은 활성화시키는 기능을 하도록 개발되는 약물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기전이 발생되는 모든 세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유발하게 되는 거죠. 


이런 항암제의 개발은 '논문'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논문'이라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논의가 될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일 뿐이므로, 개발이 시작되면 다양한 검증과정과 많은 임상시험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처방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주사치료 역시, '논문'을 바탕으로 개발됩니다.

다만, 효과검증과 임상시험 결과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 치료로써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을 뿐입니다. 

 

한방치료도 그렇죠.

서양의학이 한국에 온건 1800년대라고 하고, 한의학은 고조선 이후 한국에 왔다고 하니 한국인들과 함께한 시간은 한의학이 더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 자체가 동양의 학문이다 보니, 과학적 실험기법을 통해 검증되기 시작한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미국이나 유럽을 주축으로 하는 거대 제약회사들의 개발에 비해 검증하는 사람들의 수도 적으니 침이나 뜸, 한방원리에 대한 연구는 다소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양병원에서 제시하는 간접치료들이나 한방병원에서 제시하는 여러 한방치료들이 

전 세계적 가이드라인에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근거로 '효과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치료'라고만 매도되는 건 너무 가혹해 보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저의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치료주체가 아닌 보호자로서, 주변인인 일개 한 연구원으로서 말이죠. 


논문에서 주장하는 결론들은 각자 저마다의 조건들을 바탕으로 한 실험결과를 근거로 합니다. 

논문 출판 과정에는 여러 명의 같은 전공 학자들이 그 근거들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논문이 어느 것이 정답이다 아니 다를 판단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저, 참고문헌으로서 판단의 주체자가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와 남편은 아직까지는 간접치료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단지 저희가 내린 지금의(!) 판단이고 선택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 결정은 언제든 상황이나 조건, 상태에 따라서 바뀔 수 있겠죠.

 

필수 치료를 규정할 때, 근거들을 고르는 것조차 꽤나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 근거들은 또 어떤 기준들까지 인정할지부터 다시 고민이 시작돼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의료제도를 논의 중인 많은 분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신중하게 수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사랑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곁에 두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단지 이기적이고, 이해하지 못할 모습들로만 매도해 약자가 힘들어지는 결정들을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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